소소한 일상들 화폭에…‘어반스케쳐스 광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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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화폭에…‘어반스케쳐스 광주’전
곰아재·서동환·조미영 등 24명 100점…30일까지 오월미술관
2022년 12월 18일(일) 19:50
정인경 ‘인봉세탁소’
동명동의 분식집(최준희), 양산동 호수공원(조순옥), 고즈넉한 담양 창평마을(조미영), 그리고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세탁소와 방앗간.

우리의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삶터와 소소한 일상이 화폭에 담겼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 속 풍경은 친근하고 푸근하다. 각자가 작은 드로잉북에 차곡차곡 그려넣은 작품은 개인의 기록이자, 도시의 역사이기도 하다.

소박하게 담긴 일상의 그림을 만나는 장소는 ‘어반스케쳐스 광주’전(30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광주 오월미술관(동구 문화전당로 29-1)이다.

‘어반스케치(Urban sketch)’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리는 그림을 뜻한다. 잘 그리는 것보다는 함께,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것에 목적을 둔 국제 비영리기구의 이름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광주 등 전국 22개 도시에서 운영중이다.

‘우리의 드로잉은 시간과 장소의 기록이다’,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 ‘우리의 드로잉은 여행지나 살고 있는 장소,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다’ 등 ‘어반 스케치’의 규정이 모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2020년 2월 4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어반스케쳐스광주는 현재 40여명이 활동중이다. 매월 1회 정기 모임(매월 둘째주 일요일)을 진행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USK빛고을광주)을 통해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최규진 ‘동명 방앗간’
이번 전시는 “나도 한번 그림을 그려볼까” 생각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같다. 혼자 있을 때는 누가 볼까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사진을 보며 집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등 회원들 모두 모임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고민이 많았었다.

회원들이 이번 전시를 준비한 것도 “‘멋진 그림이네’라는 감탄보다 ‘나도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함께 시작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겨 모두 ‘일상예술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서다.

회원 중 전업작가는 없고 모두 아마추어 작가다. 새내기 주부로 동화 같은 드로잉 작품을 인스타에 올려 팔로워가 6만 명이 된 ‘땡란’ 회원, 펜화에 취미를 붙여 회원이 된 서동환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장 등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하다.

회원들은 정기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SNS로 ‘함께 그리기’를 실천한다. 매주 그림 그릴 장소를 정한 뒤 각자 스케치 작업을 해서 SNS를 통해 공유하는 ‘주간미션’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주간미션은 벌써 126회에 이른다.

땡란 ‘화관을 쓴 집’
어반스케쳐스 광주는 지금까지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언덕, 광주 인문학당, 송정역시장, 용두동 골목길 등을 그림에 담았다.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공간과 사람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어반스케치의 가장 큰 특징이다.

회원들은 모두가 ‘프로칭찬러’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기꺼이 팬이 되어주고 박수를 보내준다.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망설이며 내보이는 그림 한장에 담긴 노력과 값어치를 알기에 그 가능성을 축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9월에는 대구 ‘책방i아이’로부터 ‘오월광주’ 전시를 요청받고 14명의 회원이 5·18항쟁 역사가 담긴 공간을 그림에 담았다. 결과물은 지난 9월 30일부터 한달여간 책방에서 열린 ‘오월 광주, 어반스케치전’에서 소개됐고 이번 전시에서도 작품 29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에는 24명이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곰아재·김양희·김지운·김혜영·땡란·박정주·서동환·서채은·손세미·양송희·염은진·오영석·유정미·이시연·이연우·이한나·정인경·조미영·조순옥·조혜경·최규진·최준희·홍종희다.

초대작가로 모임을 결성한 그림쟁이 ‘지니’가 참여한다.

전시장에는 75세가 넘어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의 글이 적혀 있다.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예요.”

어반스케쳐스광주 작가소개 홈페이지(https://uskgwangju1.modoo.at)를 통해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작품으로 만들어진 2023년 캘린더도 구매 가능하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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