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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도시 숙명여대 교수 “종교 넘어 인간의 고통 그린 루오…한국인 ‘한’ 떠오르기도”
‘루오’ 전 관련 ‘뮤지엄 오디세이’ 강의
“주입식 아닌 자유로운 그림 관람 아이들 감수성 키우는 데 그만”
‘미제레레’·‘숲’ 가장 인상적…18일 방송인 서경석 두번째 강연
2022년 12월 13일(화) 20:15
프랑스 출신 방송인으로 유명한 이다도시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 11일 강연차 루오전이 열리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았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는 한국에 산 지 올해로 32년째다. 비즈니스를 전공한 대학원 시절 한국에 첫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한국에서 산 세월이 프랑스에서 산 기간보다 길다.

시간이 날 때면 미술관을 찾고, 작품 컬렉션도 하고 있다는 그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조르주 루오 전시(2023년 1월29일까지) 관련 강의 ‘뮤지엄 오디세이’를 위해 지난 11일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았다.

이다도시는 자기의 인생 속에 작품의 테마가 담겨 있는 루오의 삶과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TV에서처럼 밝은 모습과 친근함이 인상적인 그는 강연 후 시종일관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2009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루오전에도 다녀왔던 그는 이번 전시 주제가 마음에 와닿는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당시 전시 주제가 ‘신성과 세속’이었고,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입니다. 루오의 작품과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그를 20세기 최고의 종교화가라고 말하는데, 종교화를 넘어 그는 인간에 대해서, 그 감정과 고통에 대해서 그린 작가입니다. 루오 작품을 볼 때면 한국인의 ‘한’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는 전시작 중 인상적인 작품으로 ‘미제레레’와 ‘자화상’,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숲’과 도자기를 꼽았다.

“스테인드글라스와 도자기는 프랑스에서도 제가 보지 못했던 작품이예요. 책에서나 접했던 작품을 직접 보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두꺼운 선으로 대변되는 루오의 화풍을 느끼게 해주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주 섬세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자화상’이 인상적입니다. 또 광대, 창녀 등 힘든 자들의 고통과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심정을 표현한 작품도 좋았어요. ‘미레제레’ 중 ‘서로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등의 작품을 볼 땐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지금도 전쟁은 일어나고 그 아픔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루오를 비롯해 당시의 사람들에게 세계 대전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거예요. 루오는 그림을 통해 그 고통과 연민을 풀어냈고, 그 작품들을 그 시대의 증언으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줍니다. 희망이나 환희와 달리 죽음과 고통을 표현하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인간의 감정을 소중히 다루고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한 그는 “물감을 조각처럼 두껍게 발라 질감, 볼륨감을 살린 작품들, 밝은 색깔과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다도시는 1989년 한국 회사에서 실습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후 EBS 교육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시청자들을 만났고 공중파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방송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숙명여대 교수인 그는 다문화 가정, 사회 통합, 국가 이미지 제고, 여성 문제,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생활 초창기에 TV에도 출연했던 아이들은 성장해 큰 아이는 한국 군대를 다녀온 후 전공인 재료공학을 살려 취업할 예정이며 둘째는 호텔 비즈니스를 전공중이다.

그는 그림을 감상하고 전시장을 찾는 일이야 말로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좋은 체험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미술교육을 시작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접하는 셈이죠. 마치 시험 보듯이 그림을 보는 그런 분위기 말고, 그냥 자유롭게 바라보면서 ‘발견’하게 하는 거죠. 이 스타일 저 스타일 다채로운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은 다양한 것들을 봅니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다른 시선으로 봐요. 꼬마들은 어른이라면 신경 쓰지 않을 구석의 작은 디테일에도 마음을 주구요. 그림을 보면서 정보를 알려주고 설명하는 대신 무엇을 느끼는 지 자꾸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때 다양성은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의 부모님들 가운데는 아이와 그림을 보며 강의하고 설명하고, 또 기억했는지 확인하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그림에 관심을 갖기 어렵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는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3년여 전부터 프랑스 작가 폴 자쿨레의 판화작품을 수집중이다. 특히 ‘한국’을 소재로 그린 작품을 한 점 한 점 모으고 있는데 나중에, 컬렉션을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또 젊은 한국 작가 장 콸(Jang Koal)의 작품도 관심이 많다. 그는 광주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했던 남편 덕에 보성, 해남 지역의 민박집에 머물며 ‘전라도’를 재발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8일 오후 3시 열리는 ‘뮤지엄 오디세이’ 두번째 강의에는 개그맨이자 방송인 서경석이 강사로 참여한다. 문화재 배틀쇼 ‘천상의 컬렉션’을 진행하기도 했던 그는 루오의 삶과 작품을 재미있는 스토리 텔링을 통해 들려줄 예정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