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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대 장외주식 사기 피해자들 “우린 어쩌나”
허위정보로 부당이득 전 필립에셋 회장 숨진 채 발견…공소 기각 가능성
12월 5일 광주지법 변론 기일 앞두고 피해 보상 사실상 어려워 한숨만
2022년 11월 28일(월) 20:20
장외 주식시장에서 허위정보로 5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엄일석(54) 전 필립에셋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가 발견되고,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재판이 지연되다 결국 엄씨가 사망해 “피해회복을 받을 길이 사라진 것 아니냐”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엄씨의 사무실에서 숨진 엄씨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무실에선 엄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미안하다’ 등의 내용 담겨있지만, 대상이 가족인지 피해자들인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엄씨는 지난 2018년 12월 장외 주식시장에서 허위정보로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로 일당 11명과 함께 기소돼 5년째 재판을 받고 있었다.

엄씨는 당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 2019년 5월 법원으로부터 보석 결정을 받고 풀려났다.

이들은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투자매매를 하며 비상장 기업의 장외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상장이 임박했다’는 등 허위정보를 퍼트려 2∼2.5배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엄씨가 회장으로 있던 필립에셋은 광주 등 전국 9개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장외주식 거래, 크라우드 펀딩, 보험 등 영업을 하면서 수천억 원대의 투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하며 판매원과 본부장급들에게 10∼16% 수수료를 지급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587억원에 사들인 주식을 3767억원에 되팔았는데, 차액 2180억원 중 세금 등을 제외한 563억원이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인을 회사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 등 17억원을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와 에어필립 주식을 주당 500원에 산 뒤 필립에셋에 주당 1만2000원에 판 혐의(업무상 배임) 등도 받고 있다.

엄씨는 필립에셋과는 별도로 2016년 12월 헬기운송 업체 ‘블루 에어’를 인수한 뒤 2017년 8월 소형 정기·부정기 여객운송사업체로 전환하고자 자본금을 늘려 ‘에어필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광주·무안국제공항을 거점으로 국내외 항공노선을 취항했으나 영업손실이 누적돼 파산했다.

지난 2019년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에는 코인거래소 운영에도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엄씨는 법인세 등 5건에 걸쳐 104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국세청의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올랐다.

일각에서는 엄씨가 기사회생을 노리고 가상화폐인 ‘위믹스’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상장폐지가 됨에 따라 세금체납과 투자실패 재구속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엄씨 관련 재판이 피고인, 증인들이 다수인데다가 사건들이 병합되면서 기소된지 4년이 되도록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자 사건 관련자들이 광주지법을 찾아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투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잇따라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고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풀려난 엄씨가 가상화폐 등을 통한 유사 사업을 이어가면서 또다시 많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구속 재판해달라”고 주장했었다.

엄씨에 대한 재판이 다음달 5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예정된 상황에서 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나머지 11명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투자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엄씨의 사망 소식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코인과 부동산 투자로 회복해 갚아주겠다”는 엄씨의 말을 믿고 있었는데 엄씨 사망으로 피해보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피해자라고 밝힌 김모씨는 “곧 피해 회복을 해줄 것 처럼 말해 대책위 같은 조직을 마련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지만, 지점마다 직원들이 모두 피해자라는 점에서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당장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