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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념과 마주한 루오 작품…시대 초월해 공감”
日 파나소닉 시오도메 미술관 수석 학예연구관 하기와라 아츠코아 인터뷰
루오 컬렉션 유명, 작품 260여점 소장…내년 회고전
시대마다 변화한 루오의 작품들…일본에서도 인기
2022년 11월 21일(월) 21:10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 모습.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 열리고 있는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에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파리 조르주 루오 재단에서 엄선한 200점의 작품을 만나는 자리다.

일본 파나소닉 시오도메미술관은 루오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3년 개관한 미술관은 260여점에 달하는 루오 작품을 소장 중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내년 4월부터 6월까지는 ‘개관 20주년 기념전 조르주 루오 - 모양, 색채, 하모니’를 개최한다.

파나소닉 미술관 수석 학예연구관 하기와라 아츠코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루오 작품의 특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츠코는 오는 25일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루오’전 관련 세미나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 파나소닉 시오도메미술관 루오 갤러리. <시오도메미술관 홈페이지>


-시오도메미술관과 재단이 소유한 루오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달라.

▲파나소닉 시오도메 미술관은 파나소닉 주식회사가 2003년 4월 파나소닉 도쿄 시오도메 빌딩 4층에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개관한 기업 미술관이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의 작품을 컬렉션하고 있으며 루오와 관련된 미술전이나, 파나소닉의 사업과 관련이 깊은 ‘건축·주거’, ‘공예·디자인’을 테마로 한 기획전을 연간 4회 정도 개최한다. 지난 9월 말까지 총 85회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미술관이 설립되기 이전인 1997년 루오의 작은 풍경화 20점을 묶어 회사가 입수할 기회가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점차 작품 수를 늘려 조르주 루오의 초기부터 만년까지의 회화와 대표적인 판화 등 260여 점을 소장중이며 항상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상설갤러리를 운영중이다. 대표작은 ‘법정’(1909) ‘그리스도’(1937~38), ‘가을 야경’(1952년) 등이다.

-루오 작품의 특징은 어떤 것인가

▲두껍게 칠한 물감, 밝은 색채, 검은 뚜렷한 윤곽선, 광대나 성경 풍경이나 그리스도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점 등은 루오 작품의 특징이다. 물론 루오는 이런 특징을 가진 작품들을 많이 남기기는 했지만 기법, 즉 유화 물감이냐 수채냐 이런 기법, 또 물감을 덧칠하는 방법, 그리고 사용하는 색채 등은 시대마다 변화해 초기와 만년의 작품들을 비교하면 같은 화가가 그렸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 그리는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루오가 그리는 내용, 주제, 혹은 관념, 즉 루오가 그 그림을 통해서 나타내고 싶은 내용은 일관되게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관념에 접근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루오에 있어서는 조형성과 주제는 불가분한 동일성을 가지고 있었다. 관념이나 의미나 주제에 조형작품으로서의 육체·물질을 걸친 것이 그의 회화작품이었다.

-시대와 국가를 넘어 루오의 작품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미술 평론가들이, 루오의 예술에서, ‘일본적인 것’을 찾아내 종종 루오의 작품과 일본의 수묵화 사이에서 동질성이나 유사성을 발견해 왔다. 루오 작품에서 단숨에 볼 수 있는 그어진 듯한 선과 힘을 느끼게 하는 형태는 확실히 선화 등의 근세 종교 미술이나 남화 등의 특징과 겹쳐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친숙해지기 쉬운 표현일지도 모른다.

루오의 작품은 그려져야 할 ‘사상’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상’이란 화가로서, 그리고 천주교 신자로서 수십 년 동안 외길을 살았던 루오의 자기 자신, 혹은 루오가 추구한 그리스도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이나 신념과 마주하며 자기 자신을 최대한 표현한 루오의 회화에는 주제의 깊이나 무게가 필연적으로 내재한다. 그러한 깊이와 무게가 있기 때문에 비록 기독교나 서양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루오의 회화에 끌리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루오 작품에 대한 연구와 출판 등이 어느 정도 활발한지 궁금하다.

▲전후 일본에서는 루오의 전람회가 많이 개최됐고 그때마다, 전람회 도록이 간행돼 잡지 등에서 루오 특집이 편성됐다. 또 루오와 온 가족이 교류하던 후쿠시마 시게타로와 조각가 다카다 히로아쓰 등이 특별한 추억과 함께 루오의 평전을 단행본으로 정리하는 한편 루오의 작가론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연구도 진행됐다. 또한 많은 저명한 문필가가 루오를 애호하고 루오에 대해 언급한 글도 남겼다. 현재의 일본에서의 루오 연구는, 루오를 동시대의 프랑스의 사회나 예술의 동향 속에서 다시 파악하는 것이나, 루오와 동시대의 예술가들과의 영향 관계를 검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루오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초기 작품을 좋아한다. 루오는 후년 유화 물감을 여러 겹 칠해 묵직한 마티에르를 만들어냈지만, 그러한 표현을 획득하기 전의 비교적 얇고 유화 물감을 덧칠한 작품을 좋아한다. 투명감 있는 물감의 층에 루오의 사상과 신앙이 녹아든 듯한 표현이 보이며 주제의 깊이와 무게가 작품을 통해 잘 전달한다. 본관이 소장한 ‘법정’, 도쿄 아티존 미술관이 소장한 ‘교외의 그리스도’(1920~24) 등은 좋아하는 작품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