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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바퀴-무등산 아트밸리] 예술혼과 건축미에 빠지다
옛것을 배우고 현대미술을 즐기다
허백련 숨결 가득 ‘의재미술관’
무등산 닮은 건축에 현대감각도
광주 자산 체험 ‘전통문화관’
전통 한옥과 공간들 멋스러움
현대미술 작품 감상·체험
2022년 09월 05일(월) 22:00
무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문화관. 언제 찾아도 여유로움을 준다.
무등산은 광주의 자랑이자 심장이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산이다. 시민들에게 쉼과 여유를 전해주는 무등산 자락에는 또 다른 선물이 기다린다. 전통문화관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운림동 아트밸리’다.

소태동의 배고픈 다리를 넘으면 소박한 붉은 벽돌의 국윤미술관, 조금 더 올라가면 조각공원과 갤러리가 함께 있는 우제길 미술관과 무등현대미술관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바로 옆에는 젊은 미술인들을 지원하는 드영미술관과 맞은편에는 전통문화관이, 증심사를 올라가는 길목에는 무등을 사랑했던 의재 허백련과 그의 작품을 기리는 의재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초록빛 세상으로 물든 무등산 자락 아래 아트밸리로 예술여행을 떠나본다.

#의재미술관

무등산 자락 아트밸리 맨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의재미술관은 남종문인화의 마지막 대가로 불리는 의재 허백련(1891~1977) 화백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담아낸 곳이다.

노후화로 관람객 편의와 소장품 보관에 어려움을 겪던 미술관은 리모델링 후 개관 20주년인 지난 2021년 8월 재개관했다. 새롭게 탄생한 의재미술관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담고 있다. 화이트 톤의 프레임과 빨강색, 파랑색, 초록색 옻칠을 한 테이블이 로비를 환하게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팽나무를 지나 비스듬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미술관 전시동이다.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 반투명 유리로 마감됐다. 통창너머로 무등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관인지 숲속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다.

전시공간은 전보다 확장됐다. 비어있던 지하를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의재 관련 영상과 미디어아트 작품 등을 상영하는 영상전시실, 2전시실에서 3전시실로 이어지는 곳은 의재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추모공간으로 꾸몄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의재 허백련 화백의 대표작을 전시해 상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화백의 사진과 생전에 쓰던 화구(畵具)와 다구(茶具), 지인·제자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등 유품도 일부 전시해 기념관으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지하 1층은 의재 선생의 장손자인 허달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설공간으로 꾸몄다.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드영미술관 전경.
#전통문화관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전통문화관은 우리 옛것을 보고 배우고 즐기는 문화공간이다. 국악당, 문화재전수관, 다도체험장 등을 갖추고 지난 2012년 개관했다. 광주의 자산인 다양한 전통문화를 보존 육성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통문화 체험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정 이돈흥 선생이 직접 쓴 ‘전통문화관’ 현판이 걸린 한옥 솟을대문을 지나면 초록이 무성한 무등산이 먼저 보인다. 정확히는 무등산 줄기로, 뒤편이 동적골로 가는 길이다. 계단 아래로는 초록잔디가 깔린 너덜마당이 있고, 양 옆으로는 한옥 여러채가 들어서 있다. 한옥마다 이름이 있는데 ‘입석당’ ‘서석당’ ‘명승당’이라고 무등산 봉우리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었다.

입구 왼편에 가장 먼저 보이는 한옥은 광주은행의 전신인 호남은행 설립자 현준호 선생의 집이었던 ‘무송원’을 옮겨온 것이다. 문간채와 서석당, 새인당까지 3개 동이다. 재각으로 쓰였던 새인당은 별도로 사용을 하지 않고 주거공간으로 활용했던 서석당은 국악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한옥은 입석당이다. 한옥의 모형을 갖추고 있지만 지하와 연결된 현대식 건물이다. 입석당은 전통문화 강좌나 세미나 등의 장소로 활용된다. 입석당 안으로 들어서면 창을 통해 보이는 무등산의 모습도 장관이다. 입석당 옆으로는 무형문화재 전수관이 자리한다.

소태동 ‘배고픈 다리’ 옆에 자리한 국윤미술관 외부.
#무등현대미술관

전통문화관에서 무등산 방향으로 조금 더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현대식 건물하나가 눈에 띈다. 2007년 10월 개관한 무등현대미술관이다. 다양한 영역의 현대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사립 현대미술관으로, 운림동 미술관 거리를 형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정송규 관장은 “오랜기간 전국사립미술관협회 이사직을 맡으면서 전국을 많이 돌아봤지만 광주처럼 이렇게 한 곳에 문화기관이 많이 들어서 있는 곳은 없었다”며 “이곳은 무엇보다 자연이 좋은 곳으로 자연이 70~80%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술을 30%만 가미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송규 관장은 미술관도 특색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재미술관은 한국화를 중심으로 의재 선생님의 뜻을 받아서 전시를 한다면, 무등현대미술관은 설치미술을 아우르는 현대미술로 방향을 잡아가야 생명력이 있다고 얘기한다.

무등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보니 산을 오고가다 미술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다. 2층 작업실에서 주로 생활하는 정 관장은 가끔 전시실로 내려가 미술관을 방문한 어린 학생들에게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작품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1분만 진지하게 들여다봐도 작가의 마음이 환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 교육하고자 한다. 9월 13일까지는 이정기 개인전 ‘현재인 : 불확실한 가치’ 전이 열린다.

전시관 맞은편 교육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가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교육을 진행한다. 올해는 매월 1회 ‘나만의 현대미술작품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의재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허백련 화백의 화조화와 기명절지화
#드영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드영미술관은 지난 2018년 5월에 개관한 사립미술관이다. 의재로 미술관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드영미술관(De Young Art Museum)은 ‘영원한 젊음’을 모토로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창작의 장이 되는 동시에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창조공간으로 꾸려간다는 계획이다.

붉은 벽돌과 거친 콘크리트로 꾸며진 미술관과 바로 앞에는 카페테리아가 자리하고 있어 차도 마시고 작품 관람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카페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미술관 관람까지 하게 되니 문화인이 된 듯 뿌듯해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미술관은 3개의 전시실과 교육실, 수장고, 학예연구실, 관장실, 카페테리아로 공간이 나뉜다. 기획전시는 거의 대부분 청년 작가 작품으로 진행하고 1~2년에 한번 정도 중견 작가 작품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9월 8일부터 10월 2일까지 1전시실에서는 2022 드영미술관 청년작가 공모선정 기획전이 열린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공모기획전으로, 2회째를 맞는 올해 공모에는 양나희 작가가 선정됐다.

같은 기간 2전시실에서는 우시온 개인전 ‘멜랑콜리아’전이 열린다.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감정인 멜랑콜리를 탐구하는 작가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인간의 감정 안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예술로 표현한다.

무등현대미술관 내부. 전시관 입구에 마련된 아트상품 코너.
#국윤미술관

소태동 배고픈 다리 바로 옆에 위치한 국윤미술관은 운림동 미술관 거리의 끝이자 시작이다. 서양화가인 국중효 작가와 조각가 윤영월 작가 부부가 지난 2008년 7월 개관한 사립미술관으로 두 작가의 성을 따 ‘국윤미술관’이라 이름 붙였다.

붉은 벽돌의 4층 건물인 이곳은 국윤미술관 간판이 없다면 문화공간인 걸 알아채지 못할만큼 평범한 건물이다. 작품 활동을 하는 작업실로 사용하려고 했다가 뜻하지 않게 미술관으로 일이 커져버렸다.

지하 1층은 제 1전시실과 교육실, 학예연구실이 자리하고 2층은 제 2전시실, 3층은 제 1수장고와 국 작가의 작업실, 4층은 자료실과 레지던시 공간, 제 2수장고로 구성돼 있다. 지하부터 4층까지 오르는 계단 곳곳에는 윤 작가의 조각작품이 전시돼 전시실을 이동하는 동안에도 문화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9월 13일부터 27일까지는 국윤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아낙네의 대화’가 열린다. 국중효 관장은 항상 주변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데 이번 전시 역시 들판에 쭈그려 앉아 양파를 캐는 여인들을 그린 작품들로, 삼십년 넘게 광주-목포 간 도로를 오가며 차창 밖으로 바라봤던 친숙한 풍경의 일부다.

작가이자 교육자이기도 했던 두 작가는 국윤미술관을 ‘교육하는 미술관’으로 모토로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전시 교육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 문화로 잇는 날!’ 프로그램에 소장품을 연계한 샌드아트 기법 체험이 진행된다.

/글=이보람 기자 boram@·/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