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인 광주대교구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 백수를 기념하는 감사 미사 봉헌과 한국인으론 네 번째 추기경에 임명된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의 서임식이 거행되는 등 한국 천주교에 경사가 잇따랐다.

먼저 한국 천주교 생존 주교 가운데 최고령인 광주대교구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 백수(白壽·99세)를 기념하는 감사미사가 지난 27일 오후 2시 광주시 서구 염주동 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는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 옥현진 총대리주교, 전임 교구장인 최창무 대주교, 주교회의 부의장 조규만 주교 등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주한 교황청 대사대리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 사제, 수도자, 신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감사 미사는 윤공희 대주교가 주례한 가운데 봉헌됐으며, 미사 중에는 윤 대주교가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10여 분 영상이 소개됐다. 영상에는 특히 80년 광주5·18민중항쟁을 겪으며 대주교로서 겪어야 했던 암울한 사건과 윤 대주교가 당시 전두환 씨를 만나 구속됐던 이들을 사면해줄 것을 요구한 일,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사형수 사면을 촉구한 일화 등이 담겨 있다.

미사 이후 열린 축하식에서는 광주대교구 교구민들이 준비한 영적 예물이 전달됐다. 주한 교황청 대사대리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은 “윤 대주교는 일제 식민기의 설움과 남북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시는 등 고난의 삶을 살아왔다”며 “특히 5·18 당시 목격자로만 머물지 않고 진상을 알리고 희생당하는 시민과 성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왔다”고 밝혔다.

유흥식 추기경

교구민을 대표해 윤관식 평신도사도협의회장은 축사에서 “광주대교구의 모든 신자들은 윤 대주교의 백수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윤 대주교는 숱한 변함과 역사적 순환 속에서 주님의 뜻을 찾아 사제의 길을 충실하게 걸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주교는 답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이 순간 하루하루를 하느님의 사랑에 맡겨 살아가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70)의 서임식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렸다.

유 추기경은 지난 5월 29일 추기경에 임명된 19명의 성직자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서임식을 마쳤다. 유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교회 사상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염수정 안드레아(78) 추기경에 이어 네 번째 추기경이다.

이번에 새 추기경이 20명 임명되면서 전 세계 추기경은 모두 22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32명이 교황 선출권을 가진 80세 미만의 추기경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서임된 염 추기경과 신임 유 추기경 모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염 추기경은 내년 12월까지, 유 추기경은 향후 10년 간 투표권을 가진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으로 권위와 명예를 지닌 자리로 모든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이번 서임식에는 염 추기경을 비롯해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정순택 서울교구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유흥식 추기경 등 20명의 추기경 서임을 축하하는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충실한 협력자로 대한민국의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한 20명의 추기경을 새롭게 세우심을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