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이 바둑 두던 아름다운 천년고찰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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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이 바둑 두던 아름다운 천년고찰 ‘선암사’
신라시대 창건, 세계문화유산…CNN 선정 가장 아름다운 사찰
삼층석탑·대웅전·승선교 등 문화재…600년 ‘선암매’ 향기 가득
2022년 04월 20일(수) 18:10
순천 조계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선암사는 주변 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코로나19를 떠나 새로운 마음으로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순천 선암사 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선암사는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CNN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선정했다. 절 내에 보물 제295호 선암사 삼층석탑과 보물 제1311호 대웅전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자리잡고 있으며 주변 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선암사사적기’에 따르면 선암사는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에 쓰여진 다른 문헌에는 백제 성왕 7년(579)에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기록도 있다.

선암사 명칭은 절이 자리한 서쪽에 커다랗고 평평한 돌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여느 사찰과 달리 사천왕문이 없는데다 대웅전 협시불과 어간문(대웅전 중앙문)이 없다. 절집 사람들은 이를 선암사 삼무(三無)라고 한다.

숲길을 걸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승선교(昇仙橋). 선암사만큼이나 유명한 아치형의 아름다운 돌다리인 승선교는 선암사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꼽힌다.

천연기념물 ‘선암매’
멀리서도 은은한 자태를 드러낸다. 신선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의 다리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전체적으로 화강암을 다듬고 장대석(長臺石)으로 연결한 구조다. 아치형태로 돌을 맞춰 조형미가 압권이다. 그 아래를 타고 흐르는 물살은 마치 옥수가 흘러가는 것 같다. 다리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반원형의 세상이 펼쳐진다. 천정 모양은 자연을 품은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문헌에 따르면 승선교에는 호암대사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임진왜란 이후 사찰을 중건할 즈음 호암대사가 100일 기도를 드리는 일이 있었다. 대사에게는 관음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일념이 있었는데 일심으로 기도를 했건만 결과가 없자, 낙심한 나머지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했다. 그때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후일 그 여인이 관음보살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사는 원통전을 세우고 승선교를 건립한다.

순천 전통 야생차 체험관
승선교 입구의 강선루(降仙樓)라는 누각 또한 그런 설화와 관련돼 있다. 이 곳을 통과하면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니 속계를 넘어 부처의 세계로 진입한다.

순천 조계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선암사에는 옛 시골 마을을 옮겨온 듯한 소담한 풍경과 정취가 펼쳐져 있다.

만세루를 지나면 신라시대 쌍탑과 대웅전이 펼쳐진다. 도열한 전각들은 질서 정연하다. 범종루와 만세루, 대웅전, 팔상전이 거의 일직선 형태다. 일직선 배치이지만 전각들엔 저마다 자유로운 분위가가 깃들어 있다.

가람 배치 구조는 시골의 골목 같은 느낌을 준다. 전각을 에우른 돌담과 길은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아우른다. 유서 깊은 시골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다.

선암사의 또 다른 매력은 그윽한 꽃향기와 차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선암사 가는 길목에 차향 가득한 휴(休) 스테이 ‘순천 전통 야생차 체험관’이 있는데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좋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숲 속의 차 체험 공간으로 북적대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600년 넘는 매화나무인 천연기념물 제488호 ‘선암매’ 뿐만 아니라 진달래, 겹벚꽃, 산수유 등 다양한 꽃들이 피고 져 사시사철 꽃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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