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나무들이 사라졌어요. 나무들이 사라지니 갑자기 아파트 키가 커진 것만 같아요.”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지난달 28일 주택재건축 사업으로 잘려나간 가로수 118그루<광주일보 11월 30일자 7면>를 애도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시민들은 1일 오후 3시께 광주시 서구 화정동 월드컵 4강로 일대에서 잘려나간 가로수를 애도하고 광주시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박송희 활동가는 추모사를 통해 “내가 사는 우리 동네, 118그루 은행나무와 메타세콰이어가 지난 주 흔적만 남겨놓고 사라졌다. 동네 사람들은 ‘이게 우리 동네라고?’ 깜짝 놀라거나 ‘늦가을 노랗게 은행나무가 얼마나 예뻤는데…’, ‘이렇게 맘대로 다 없애도 되는거야?’라고 얘기한다”며 “광주시는 가로수 관리 조례를 두고 있지만, 조례가 있어도 심은 지 30년이나 넘은 나무를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재건축으로 생을 마감한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 118그루에게 미안한 마음과 슬픈 마음을 전한다. 동시에 그 나무들과 함께 살아 온 우리 동네 주민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주민들은 이와 관련해 광주시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도심 속 나무들과 가로수는 여전히 잘려나가고 있다. 우리는 도로의 개설과 개발사업으로 잘려나가는 도시의 나무와 가로수가 더 이상 없도록 광주시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잘려나간 은행나무 위에 일일이 국화꽃을 올려 놓으며 가로수들을 애도했다.

한편 화정동 일대 18개동 1976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 중인 염주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8일 사업부지 내 인도에 있던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118그루를 잘라 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