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국립심뇌혈관센터 구축 사업비 44억원을 불용처리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남도의회와 전남사회단체연합회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부지 매입 등 연내 사업비 집행을 촉구하고 나섰고, 김영록 전남지사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만나 전남의 14년 숙원사업임을 강조하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청했다.

전남도의회는 24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국립심뇌혈관센터의 설립을 조속히 실행하라. 질병관리청은 이미 확보한 44억 원 내에서 장성 나노산단에 부지 매입 절차를 조속히 착수하고 확실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도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타당성 기본계획’ 용역과 함께 2021년도 예산에 국비 44억 원을 반영함으로써 도민들은 장성 나노산단의 국립심뇌혈관질환센터 설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며 “그러나 질병청이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를 무시한 채 지난 4월, 자체 추진한 용역 결과에 따른 연구기관 확대 추진 등을 이유로 센터설립을 지연시키고 있어 사업 추진 의지에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의회는 “전남도민이 꿈꾸고 준비해온 14년 동안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이 지연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전남도민들은 사업추진 의지에 의심을 하고 있으며 정부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은 190만 전남도민의 염원을 져버리지 않도록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예산을 조속히 집행하라”고 했다.

전남지역 36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사회단체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운영 100대 과제인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여 국민과의 약속을 엄중히 실천하라”고 요구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질병관리청을 방문, 정은경 청장을 만나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신속 추진을 건의했다.

이에 정은경 청장은 “새로운 용역 결과에 맞춰 일정 규모 인력과 시설을 갖춘 정부연구기관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장성에 처음으로 시작된 추진배경도 공감하며 잘 알고 있다”며 “인력, 시설 등을 충분히 갖춘 중추적인 연구소로 만들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심뇌혈관센터 구축 사업은 국민 사망원인 2위(24.3%)로 꼽히는 심뇌혈관질환을 국가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위험성만큼이나 진료와 치료에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수반되므로,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통한 국가 차원의 연구 및 예방과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의료계는 지적하고 있다.

센터 설립 예정지인 장성군 나노산단은 광주연구개발특구에 자리 잡고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심뇌혈관스텐트연구소, 나노바이오센터, 전자통신연구원, 광주테크노파크 등이 인접해 있는 데다,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입지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