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지명은 그곳을 터전으로 삶았던 전라도 사람들이 붙였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습니다.”

손희하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최근 ‘독도의 달’을 맞아 개최된 학술 대회에서 울릉도 지명을 전라도인들이 붙였다는 사실을 19세기 당대언어와 지명, 방언을 토대로 밝혀냈다.

이번 학술대회는 울릉도와 명칭을 역사·지리·언어학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독도학회와 독도재단·독도연구보전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손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19세기 일본의 정찰보고서와 고지도 등 가나 문자 전사 표기와 19세기 이전 내국인이 기록한 차자 표기 자료를 해독했다”며 “언어학자의 눈으로 기존 해독의 오류를 방언과 당대언어로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울릉도 지명 자료 해독과 육지 지명과의 상관성’. 손 교수는 이 논문에서 특히 울릉도의 지명에 있는 ‘바오’, ‘작지’가 전라도 지명에서만 볼 수 있는 어형임을 밝혀냈다. 이들 언어가 구 전라도 지명, 특히 전남지역 지명과 일치한다는 것은 19세기 당시 울릉도와 독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전남 출신이 붙였을 거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작지’라는 말은 전남 특히 신안이나 완도 지역 해안가 자갈밭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촌 쪽에서는 ‘앞작지’ ‘진작지’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특히 제주도에서도 ‘장작지’라고 부릅니다. 옛날에는 전라도와 제주도가 같은 생활권이었으니까 지명 뒤에 ‘작지’라는 말이 붙여졌을 거라 봅니다.”

또한 손 교수는 “전라도 지방에 바위가 ‘바오’로 나타나는 것이 있는데, 울릉도 지명에 ‘바오’라고 나타난다”며 “그 같은 연관성을 볼 때 전라도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살았다는 명확한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가 이번에 울릉도 관련 언어학적으로 논문을 발표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동해 독도 문제로 현지를 방문했을 때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당시 독도연구소장이 전라도 사람이었는데 “꼭 한번 언어학 관련 발표를 해줬으면 하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독도’라는 말도 전라도 사람이 붙였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앞바다에 있는 ‘독도(獨島)’는 전체가 바위로 이뤄져 있어, 주민들이 ‘돌’의 전라도 사투리인 ‘독’자를 붙여 ‘독섬’ 또는 독도라고 부른다.

그는 아울러 “울릉도에는 거문도 출신 사람들의 일기도 있고, 당시에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그곳에까지 왔다는 문헌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전라도 사람들이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한국지명학회장을 연임한 바 있는 손 교수는 고지도 등 고문헌을 근거로 해양 지명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지난 2019년 학술대회에서는 ‘독도의 이명칭과 독섬을 표기한 ‘獨島’류 표기’를 고지도를 비롯한 역사서, 지리지 등 고문헌에서 찾아 차자 표기와 방언 자료를 중심으로 고찰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손 교수는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에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국어문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문화체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특히 무등산 ‘무돌길’의 근거를 마련하고 명명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향후 무등산과 광주 권역의 자연과 생활 문화유산 향유 및 보존 운동 뿐 아니라 전승 지명의 정리와 보전 운동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전남문화유산연대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는 손 교수는 지금까지 국립국어원 국어정책진흥본부장 겸 언어정책부장, 한국지명학회장, 국토부 국가지명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