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에 연고를 둔 고위 공직자들이 속속 입고 있던 ‘공직의 옷’을 벗어 던지고 선거전에 뛰어들고 있다.

공직사퇴 시한(선거일 90일 전)은 내년 3월 1일까지로 여유가 있어보이지만, 코로나 19 상황에서 현직 단체장 등 기성 정치인의 견고한 벽을 뛰어넘기 위해 조기 사퇴 후 유권자 속으로 가거나 대선캠프에 몸 담는 등 저마다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윤병태(61) 전남도 정무부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에서 퇴임식을 열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1993년 공직에 들어선 윤 부지사는 20년 이상을 기획재정부 등에서 예산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오다 민선 7기 김영록 전남지사 취임 후 첫 정무부지사에 발탁됐다. 예산 확보 등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8월 재임용됐으나 나주시장직 도전을 위해 옷을 벗었다.

이에 앞서 전남도에서는 김병주 문화관광국장, 전동호 건설교통국장, 지영배 한전공대 설립지원단장, 한동희 전남도의회사무처 총무담당관이 각각 나주시장, 영암군수, 완도군수, 영광군수 선거 도전을 위해 명예퇴직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최용선 선임행정관, 박노원 행정관(행안부 파견)도 최근 직에서 물러난 뒤 차기 지방선거에서 각각 나주시장, 장성군수선거에 도전할 것을 알렸다.

코로나 19 사태 속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인 탓에 정치 신인들은 현직 기초단체장, 도의원 등 기성정치인보다 불리한 상태에서 출발선에 서게 됐다. 현직을 포함한 기성정치인들이 조직과 인지도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인데다, 코로나 19 방역 제한 때문에 유권자 접촉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어서다.

여기에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일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지방선거에 나선 정치 신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정치 신인들이 지방선거에 임하는 방식은 사뭇 달라보인다.

우선 윤병태·김병주·전동호·지영배·한동희 등 직업공무원 출신 정치 신인들은 선거구에 터잡고 유권자 접촉면을 늘려가며 민주당 경선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현안을 살피고 공약도 마련하는 모습이다.

반면 최용선·박노원 등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대선캠프와 민주당에 몸담으며 일단은 정권 재창출에 힘을 쏟는 것으로 비쳐진다. 지역 정치권 인사 일부는 이들에 대해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심사 과정에서 나머지 후보 모두 배제)을 노리기 위해 확실한 ‘끈’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정당과 중앙부처, 국회에서의 공직 경험을 통해 지역 현안을 꿰뚫고 있으며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유권자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지방선거는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대통령 선거 불과 석달 뒤 치러지는 초유의 선거이다. 정치 신인들 입장에서보면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너무나 적은 것”이라며 “악조건 속에서 운명을 건 도전에 나선 정치신인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유권자들에게 어떤 선택을 받게 되는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