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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윤재현 전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21년 09월 23일(목) 05:00
윤재현 전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코로나19’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이 날로 커져 가고 있다. 반면 이외 감염병에 대해서는 상대적 무관심과 방치가 심각하다. 바이러스 감염 후 간경화 및 간암의 발생으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C형 간염이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바이러스(Hepatitis C virus)에 감염된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약 70 ~ 80%가 만성화되고, 이중 약 30 ~ 40%는 간이 굳고 기능이 저하되는 간경변증, 그리고 더 나아가서 치명적인 간암으로 발전하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우리 광주·전남 지역은 특히 C형 간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산·경남과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C형 간염 발생률 통계를 살펴보면 2017~2020년간 C형 간염의 전국 발생률은 연평균 23% 증가했는데 그중 광주 지역의 연평균 발생률은 4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한 대처의 일환으로 약 3년 전 대한간학회 주도로 구례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C형 간염 퇴치 사업이 펼쳐져 주목받은 바 있다. 주민 대상으로 무상 검진을 했을 때 17명의 C형 간염 환자가 발견됐고, 약 8주의 치료 지원을 받아 모든 환자를 완치시킨 국내 첫 민간 퇴치 사례였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때 발견된 환자들은 본인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구례 사례에서 보듯 치료만 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발생 수가 늘어나는 것은 C형 간염의 특징과도 관계 있다. C형 간염은 대부분 무증상이라 감염자의 상당수는 감염 여부도 모른 채 일상생활 속에서 지역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약 30만 명의 C형 간염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약 2000~3000명의 신규 감염이 발생하고 있지만, 치료받은 환자 수는 4만 5000명에서 7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C형 간염 연관 간암 환자 5명 중 4명(약 83%)은 C형 간염 단계에서 발견·치료되지 못하고 간암 상태에서 발견된 ‘뒤늦은 진단’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중한 감염병이지만 간단한 혈액검사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 예방은 어렵지만, 진단이 조기에 이뤄지면 완치와 전파 예방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약 5년 전부터 완치 수준의 먹는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됐고, 현재는 모든 C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형~6형)과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도 간단한 약제 복용으로 8~12주 치료하면 완치 가능한 시대로 돌입했다. 경구 항바이러스제 치료만으로 95% 이상에서 완치가 가능하며 사망률을 60%, 간암 발생률은 71%가량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치료를 통해 완치가 이뤄진다면 물론 주변 감염 확산의 위험도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감염병이 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전 세계에서 퇴치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이 동참해 C형 간염을 무료로 검사해 주거나 독려하고, 치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달리 광주·전남 지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C형 간염을 무료로 검사해 주거나 검진을 독려하는 활동은 전무하다.

C형 간염은 법정 감염병이고 인지도가 낮은 병이라 국가 검진에 포함해 찾아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난해 1964년생을 대상으로 진행돼 광주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여한 C형 간염 국가 검진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에서도 C형 간염을 국가 검진에 도입했을 때 간경변증, 간세포암, 사망 등의 위험을 크게 줄여 비용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번 시범 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국가 검진에 C형 간염이 도입되는 것은 광주 지역의 전문의로서 간절히 바라는 일이다. 무증상의 잠재 환자들이 일상 중에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병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파를 차단하고 중대 간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