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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문학, 추억…남원의 생태·문화예술의 매력
[남도 오디세이 美路 - 남원]
화인당서 한복체험 다움관서 시간여행…오작교 건너 춘향 만나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무대 서도역, 예술혼 깃든 ‘혼불문학관’
서어나무숲·백두대간 트리하우스·힐링캠핑장서 생태교육·휴양
2021년 09월 14일(화) 01:45
광한루원내 ‘완월정’(玩月亭)과 보름달 조형물. <남원시 제공>
남원시의 브랜드슬로건은 ‘춘향남원 사랑의 1번지’이다. 춘향과 이몽령의 ‘춘향전’과 ‘흥부전’ 등 고전소설과 판소리가 남원에서 탄생했다. ‘지리산 둘레길’과 운봉 서어나무숲 등 생태 힐링공간, 남원예촌과 고택 ‘몽심재’, 남원 시립 김병종미술관 등 문화예술공간이 각광받고 있다. 초가을 생동하는 남원의 생태·문화예술의 매력을 찾아 나선다.

◇‘춘향 남원’ 대표하는 광한루원과 남원예촌=‘남원’하면 누구나 춘향과 이몽룡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조선 후기 창작된 고전소설 ‘춘향전’의 남녀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를 통해 ‘남원’이라는 지명이 널리 알려졌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원을 찾은 여행자들이 첫 손에 꼽는 명소가 ‘춘향전’의 배경무대인 광한루이다. ‘이팔 청춘’ 춘향과 이 도령이 광한루에서 처음 만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발걸음을 남원시 천거동 광한루원(명승 제33호)으로 옮긴다.

광한루원 정문에 들어서면 ‘빛깔’과 ‘소리’에 놀란다. 짙은 녹음(綠陰)과 매미소리다. 완월정(玩月亭) 앞에는 커다란 원형 달이 설치돼 있는데 완월은 ‘달을 가지고 놀다’라는 의미이다. 야간에 달 내부에 불이 켜지면 실제 보름달이 빛나는 것처럼 보여 재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한루원은 달나라 옥황상제가 살던 월궁(月宮)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지상에 건설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이다. 커다란 사각연못 내에는 3개의 섬이 자리하고 있다. 신선들이 산다는 전설속의 삼신산인 영주산(한라산),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을 각각 섬으로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연못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虹橋), 오작교는 천상의 은하수를 상징한다. 광한루원 곳곳에는 월매집을 비롯해 ‘춘향전’ 속 스토리들이 조형물로 곳곳에 만들어져 있어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광한루원 주변에는 관광 인프라가 고루 갖춰져 있다. 남원 역사를 살펴보고(남원다움관), 전통한복을 입어보거나(화인당), 남원농악을 배워 볼 수(함파우 소리체험관) 있다. 특히 전통한복을 빌려 입을 수 있는 한복체험관 ‘화인당’(花人堂)과 전통한옥 숙박단지인 ‘남원예촌’이 조성돼 있어 젊은 세대와 가족단위 여행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안숙선 명창의 여정’과 ‘조갑녀 살풀이 명무관’은 남원출신 예인의 예술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남원의 근·현대 기록보관소인 ‘남원다움관’.
◇‘근대사 속으로’…옛 서도역과 ‘혼불 문학관’=남원시 사매면 서도리에 자리한 옛 서도역은 과거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87년 전인 1934년 10월 전라선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2002년 전라선 이설로 신역사를 신축 이전하며 문을 닫았다.

옛 서도역 건물은 능주역이나 명봉역처럼 △형 지붕을 한 일제강점기 표준설계가 아니라 맞배지붕을 한 일본식 단층 목조건물이다. 역사 앞에는 녹슨 수동 분기기(선로를 전환하는 장치)가 남아있다. 녹슨 철로와 역건물이 어우러져 일제강점기 1930년대 어느 날에 문득 시간이 멈춰있는 듯하다.

또한 서도역은 고(故) 최명희(1947~1998)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이기도 하다. 역사 뒤편에는 작가탑과 함께 정크 아트가 설치돼 있다. 작가는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만 17년간 4만6000여 장에 이르는 원고지에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의 종부(宗婦) 3대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을 녹여냈다. 전주 태생인 작가는 아버지 고향인 서도리 노봉마을(문학관이 위치한 마을)에서 ‘혼불’의 소재를 발굴해 작품화했다.

서도역에서 남서방향으로 1.8㎞ 떨어진 ‘혼불 문학관’은 작가의 문학세계와 예술 혼을 집약해놓았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작가가 ‘혼불’을 어떻게 썼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글귀와 마주한다.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날렵한 끌이나 기능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내자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피어나는 문화예술=남원에서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요즘에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일주하는 ‘지리산 둘레길’(총길이 289㎞)을 찾는 도보여행자들이 많다. 산림청은 지난 5월 ‘지리산 둘레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했다.

운봉읍과 주천면에는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외에도 지방도 60호선 주위에 남원 백두대간생태교육장전시관, 남원 백두대간 트리하우스, 백두대간 힐링캠핑장, 지리산 허브밸리, 흥부골 자연휴양림, 억새풀 샛집 등 다채로운 생태 교육·휴양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전시관’은 한반도의 중심 생태축인 ‘백두대간’의 가치를 알리고 역사문화와 생태자원에 대해 익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한반도 지도 위에 각 지역 수집한 흙을 담은 유리병으로 백두대간을 형상화 해 놓았다. 그래서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북쪽 대간에 놓인 유리병은 비어뒀다. 지리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에서 서식하는 동·식물과 곤충, 그리고 마을역사 등 인문에 대해 체계적으로 보여준다.(남원시 운봉읍 운봉로 151)

세걸산(해발 1220m) 북서방향 산자락에 자리한 ‘남원 백두대간 트리하우스’와 ‘힐링캠핑장’은 생태교육 겸 체험 휴양시설이다. 고즈넉한 소나무 숲에 8동의 ‘트리 하우스’와 캠핑장 6면이 조성돼 있다. 숙박을 원한다면 남원시가 운영하는 ‘통합예약 신청시스템’에서 사전예약을 하면된다. 트리하우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지리산 힐링여행’(1박2일) 등 다채로운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남원시 운봉읍 행정공안길 299 일원)

운봉읍 비천마을에 세워져 있는 소리꾼 조형물.
남원은 작자 미상의 ‘춘향전’과 ‘흥부전’, 매월당 김시습이 지은 한문소설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등 많은 이야기의 무대이면서 가왕(歌王) 송흥록, 국창(國唱) 박초월, 명창 안숙선(국가 무형문화재 제23호)을 배출한 판소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일제에 의해 파괴된 ‘황산대첩비’와 정유재란때 남원성을 사수하다 순절한 ‘만인의총’에 남원의 또다른 역사가 스며있다.

가왕 송흥록이 태어나고 국창 박초월이 성장했던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탯자리’이다.

마을이름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얼핏 ‘vision’으로 오독할 수도 있는데 한자로 쓰면 ‘碑殿’이다. 마을 앞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황산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황산대첩비각’(碑閣)이 세워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비전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국악의 성지’는 국악과 판소리에 대해 깊이 있게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내부는 크게 판소리 기념실과 민속국악실로 구분돼 있다. 섬진강 동쪽지역(운봉·구례·순창·흥덕)을 기반으로 하는 동편제는 ‘웅장하고 씩씩하며 기교를 부리지 않고 선천적인 음량을 소방하게 그대로 드러내어 소리하는’ 특징을 지녔다.

남원시 수지면 내호곡마을에 자리한 ‘몽심재’(夢心齋)는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중 하나로 손꼽힌다. 조선건국을 반대하고 개성 만수산 남쪽 두문동에 들어가 고려왕조에 충절을 지킨 송암 박문수(시호 충현공) 후손인 박연당(1753~1830)이 지은 한옥이다. 사랑채와 문간채 사이에 자리한 자연석 ‘주일암’(主一巖)과 감나무 뿌리가 호랑이 발을 닮은 ‘호족시(虎足?)’ 등 고아한 건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하다.

한편 남원시는 광한루원 맞은편 ‘함파우 유원지’내 남원 항공우주천문대를 연결하는 짚 와이어와 함파우 유원지를 둘러보는 모노레일(길이 2.4㎞)을 내년 상반기 완공목표로 추진중이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남원=백선 기자 bs8787@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