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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떨치는 법(法) - 정상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2년
2021년 08월 30일(월) 22:10
타지에 살던 나는 올해부터 기숙사생이 아닌 자취생이 됐다. 자취생이 된 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됐지만 그래도 이런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런데 자취생이 되고 난 후 불안감이 늘어났다.

편리해서 자주 이용했던 배달 서비스지만 주소나 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스토킹하는 사건을 뉴스에서 자주 접하면서 배달원은 내게 경계의 대상이 됐다. 물론 모르는 배달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자취하며 생기는 불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취방이 위치한 곳은 원룸이 빽빽이 들어선 대학가 원룸촌이라 주변 골목길은 조용하고 으슥해 무서운 기분이 든다. 개인적 두려움을 넘어 객관적으로도 골목 구조상 범죄가 발생해도 눈에 띄기 어려운 곳이라 무서움은 더욱 크다. 그 길에서 행여 사람이 몇 다니지도 않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다면 그때부터 온갖 불안한 잡념이 떠오르며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런 사소한 사건들은 모두 내 오해로 빚어진 불안이자 걱정일 수 있겠지만 스토킹 범죄 사례가 늘어날수록 불안과 공포는 점차 가깝게 다가온다. 스토킹 처벌법상 스토킹의 정의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 대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스토킹 문제를 단순히 겁을 먹는 행위로 간주해선 안되며, 결코 가벼운 오해나 해프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지난 2019년 광주 서구 한 오피스텔에서는 술에 취한 여성을 발견해 뒤따라가 여성 집 안에 침입하려는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스토킹은 성폭력, 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그간 스토킹은 경범죄로 취급돼 사소한 범죄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어 제대로 된 처벌이 불가능했다.

이 같은 스토킹 범죄를 막고자 1999년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2021년 3월 24일, 법안이 발의된 지 22년 만에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에 국민들을 분노했다.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결론적으로 세 모녀를 보호하지 못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존재했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사후 조치를 하는 법은 많을 것이다. 물론 범죄 후 사후 조치라도 하는 것이 아니 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미리 범죄를 예방하고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는, 진정으로 필요한 법은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사회에서 다뤄지기 시작한 건 오래전부터였다. 그런데도 ‘법이 제정되지 않아서’ ‘처벌 조항에 맞지 않아서’ 등의 갖가지 이유로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고, 대신 피해자들은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었다.

오는 10월 21일. 드디어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으로 시행된다. 배달원을 의심하고, 같이 길을 걷는 것조차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과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리는 피해자들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