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오디세이 美路 - ‘힐링·치유 일번지’ 완도, 여행자들의 발길 이끈다
보길도
고산 윤선도 유적지 ‘세연정’
‘흑명석’ 자갈해변 예송리 해수욕장
완도수목원
‘국립 난대수목원’ 국내 유일·최대
붉가시나무·황칠나무 등 770여종
고산 윤선도 유적지 ‘세연정’
‘흑명석’ 자갈해변 예송리 해수욕장
완도수목원
‘국립 난대수목원’ 국내 유일·최대
붉가시나무·황칠나무 등 770여종
![]() ‘국립 난대수목원’ 대상지로 선정된 완도수목원 |
‘빙그레 웃는(莞) 섬(島)’ 완도는 ‘건강의 섬’, ‘행복과 휴양의 섬’, ‘해양 치유산업 일번지’이다. 청산도와 보길도 등 자연환경과 ‘해상왕’ 장보고·고산 윤선도 역사유적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국립 난대수목원’을 유치한 완도수목원과 2년 연속 ‘블루 플래그’ 인증을 받은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도 완도만의 ‘힐링’을 제공한다.
◇‘세상 밖인 듯 아름다운 곳’(物外佳境), 보길도=“궂은 비 멈춰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깊은 흥이 절로 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산수의 경개(景槪·경치)를 그 누가 그려낸고.”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가 지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중 ‘하사’(夏詞) 첫 수(首)이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마스크를 쓰고 맞는 두 번째 여름이 찾아왔다.
완도읍 화흥포 여객선터미널에서 노화도와 소안도를 오가는 여객선 이름은 이채롭게 ‘대한호’(총톤수 700t), ‘민국호’(811t), ‘만세호’(576t)이다. 노화도와 보길도가 다리(보길대교)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보길도를 가려면 노화도 동천 항에서 하선하면 된다.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 항까지는 35분이 소요된다.
고산은 병자호란이 일어난 1637년 정월, 인조를 모시기 위해 해남에서 배를 타고 강화도에 이르렀으나 항복소식을 듣고 귀향했다. 그러나 서인 파에서 고산이 임금을 호종(扈從· 임금이 탄 수레를 모시어 좇음)하지 않았다고 모함해 경북 영덕으로 귀양살이를 가야했다. 얼마 후 유배에서 풀려난 고산은 은둔을 결심하고 제주도로 향한다. 이때 보길도를 지나다 수려한 풍광에 이끌려 그대로 배에서 내렸다. 격자봉(해발 433m)에 올라 주위를 살펴본 고산은 이렇게 말한다.
“산이 사방으로 둘러있어 바다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천석(泉石)이 참으로 아름다워 물외(物外)의 가경(佳境)이요 선경(仙境)이라.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
풍수에 해박했던 고산은 보길도 격자봉에서 내려다 본 골짜기를 부용동(芙蓉洞)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형이 마치 연꽃봉우리가 피어나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고산의 숨결이 살아있는 세연정과 곡수당(曲水堂), 낙서재(樂書齋), 동천석실(洞天石室)을 묶어서 ‘부용동 원림’(園林·명승 제34호)이라고 한다.
현 세연정은 1994년 복원된 건물이다. 고산에게 부귀영화는 세상의 헛된 욕심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부사시사’ 추사(秋詞)에서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어서 더욱 좋다”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물로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다’라는 의미의 ‘세연’(洗然)이라는 두 글자에 고산의 지향점이 담겨있다. 세연정 사방 들창은 시원스럽게 모두 들려져 있다. 정자에 앉아 기둥과 기둥사이 사각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바깥 초록세상은 ‘코로나 19’로 답답한 가슴 속을 말끔하게 해주는 듯하다. 고산은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지었다.
예송리 해수욕장에서 ‘흑명석’이라 불리는 둥글납작한 까만 자갈들이 파도에 씻기며 만들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위대한 작곡가가 만들어낸 어떤 선율보다 한차원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이 740m, 폭 30m 규모의 울창한 상록수림은 300여 년 전 주민들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으로 천연기념물 제40호로 지정돼 있다.
맑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해무(海霧)가 예송리 앞바다에 떠있는 당사도와 소도(작은섬), 예작도를 감싼다. 바람결에 따라 바다안개가 춤을 추듯 느릿하게 움직인다.
예송리 해수욕장에서 보옥마을앞 공룡알 해변으로 곧장 가는 찻길은 없다. 대신 해안 절벽을 따라 공룡알 해변까지 5.16㎞ 길이의 도보길이 조성돼 있다. 지난 2019년 6월에 개통된 이 길 이름은 ‘윤선도 어부사시사 명상길’로, 바다를 끼고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힐링’ 도보길이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노화도 동천 항에서 화홍포항으로 가는 여객선 ‘민국 호’에 올랐다.
◇완도수목원, ‘국립 난대수목원’으로 도약=지난해 12월, 2000억원대 국책사업인 ‘국립 난대수목원’ 완도 유치가 확정됐다.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상왕봉(해발 646m) 서쪽 골짜기에 자리한 완도수목원은 전남도가 운영하는 공립 수목원으로 국내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면서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다.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감탕나무 등 770여종의 난대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완도지역은 완도수목원 2000㏊를 포함해 전국 난대림 면적의 35%(3500㏊)를 차지하고 있다.
완도수목원에 들어서면 주차장과 저수지 사이 인도변에 도열한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후박나무들로 이뤄진 ‘난대림 푸른 까끔길’이다. 힘차게 뻗은 가지들이 땡볕을 차단해줘 그 아래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011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에서 주관하는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 오래전 군외면 주민들이 해산물과 땔감, 숯 등을 지게에 지고 읍내에 나가 팔기위해 오갔던 옛길을 새롭게 단장했다.
교육관리동(방문자 센터) 입구에는 반원형 모양을 한 나무 두 그루가 계단 좌우에 심어져있다. 충남 태안반도에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고(故) 칼 밀러(한국명 민병갈)가 1979년에 완도에서 발견해 국제 식물학회에 신종으로 발표한 ‘완도 호랑가시나무’ 암수 나무다.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자연교잡해 나온 신종인데 수나무에는 잎만 무성한데 암나무에는 아직 푸른빛을 띤 열매들이 맺혀있다.
완도수목원 규모는 짧은 시간에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기본 추천코스로는 크게 ▲오감 로드(60분) ▲힐링 로드(90분) ▲트래킹 로드(120분)가 있다. 중앙관찰로를 따라 걷다보면 소귀나무,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후박나무, 후피향나무 등 다양한 난대 나무들을 접하게 된다. 조선시대에 이곳에서는 붉가시나무와 같은 나무를 잘라 숯을 구워 해남 우수영에 격월로 20석을 공납했다고 한다. ‘완도수목원 가시나무 숯가마터’가 복원돼 지난 2015년에 산림청 국가 산림문화자산(제 2015-0002호)으로 지정됐다.
◇ ‘블루 플래그’ 국제인증 받은 신지 명사십리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폭 150m, 길이 3.8㎞에 달하는데 유난히 모래가 곱다. 모래우는 소리가 10리 밖까지 들린다해서 ‘울모래’ 또는 ‘명사(鳴沙)십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2018년 4월에 국내 최초로 ‘블루 플래그’(Blue Flag) 인증을 받았다. ‘블루 플래그’는 덴마크에 자리한 국제단체 환경교육재단(FEE)에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해수욕장에는 육각면체 ‘블루 플래그’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바로 옆에는 어릴 적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친숙한 ‘개구쟁이 스머프’ 조형물이 함께 세워져 있다. 완도군이 지난해 11월에 설치한 ‘블루 플래그’ 공식 마스코트이다.
또한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해양 치유산업 일 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양치유는 해양기후와 해수, 해양생물(해조류), 해양광물(소금·모래·갯벌)을 활용해 노르딕워킹과 해변요가, 산책 등을 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뜻한다. 군은 올해를 ‘해양치유 산업화 원년’으로 선포한 후 지난 4월 ‘완도 해양치유센터’를 착공함과 함께 내년 ‘완도 국제 해조류 박람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동망산에 개관한 완도타워는 도약하는 완도의 상징물이다. 완도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완도읍 시가지와 일명 ‘하트섬’으로 불리는 주도(珠島)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28호), 멀리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손쉬운 접근성과 젊은 세대의 즐길 거리를 위해 모노레일과 짚라인(Zip Line)도 설치돼 있다. 날이 저무는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명승 제3호)에서 완도 여행을 마무리한다. 보길도 예송리와 또 다른 파도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완도=정은조 기자 ejhung@kwangju.co.kr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가 지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중 ‘하사’(夏詞) 첫 수(首)이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마스크를 쓰고 맞는 두 번째 여름이 찾아왔다.
완도읍 화흥포 여객선터미널에서 노화도와 소안도를 오가는 여객선 이름은 이채롭게 ‘대한호’(총톤수 700t), ‘민국호’(811t), ‘만세호’(576t)이다. 노화도와 보길도가 다리(보길대교)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보길도를 가려면 노화도 동천 항에서 하선하면 된다.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 항까지는 35분이 소요된다.
“산이 사방으로 둘러있어 바다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천석(泉石)이 참으로 아름다워 물외(物外)의 가경(佳境)이요 선경(仙境)이라.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
풍수에 해박했던 고산은 보길도 격자봉에서 내려다 본 골짜기를 부용동(芙蓉洞)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형이 마치 연꽃봉우리가 피어나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고산의 숨결이 살아있는 세연정과 곡수당(曲水堂), 낙서재(樂書齋), 동천석실(洞天石室)을 묶어서 ‘부용동 원림’(園林·명승 제34호)이라고 한다.
현 세연정은 1994년 복원된 건물이다. 고산에게 부귀영화는 세상의 헛된 욕심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부사시사’ 추사(秋詞)에서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어서 더욱 좋다”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물로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다’라는 의미의 ‘세연’(洗然)이라는 두 글자에 고산의 지향점이 담겨있다. 세연정 사방 들창은 시원스럽게 모두 들려져 있다. 정자에 앉아 기둥과 기둥사이 사각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바깥 초록세상은 ‘코로나 19’로 답답한 가슴 속을 말끔하게 해주는 듯하다. 고산은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지었다.
예송리 해수욕장에서 ‘흑명석’이라 불리는 둥글납작한 까만 자갈들이 파도에 씻기며 만들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위대한 작곡가가 만들어낸 어떤 선율보다 한차원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이 740m, 폭 30m 규모의 울창한 상록수림은 300여 년 전 주민들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으로 천연기념물 제40호로 지정돼 있다.
맑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해무(海霧)가 예송리 앞바다에 떠있는 당사도와 소도(작은섬), 예작도를 감싼다. 바람결에 따라 바다안개가 춤을 추듯 느릿하게 움직인다.
예송리 해수욕장에서 보옥마을앞 공룡알 해변으로 곧장 가는 찻길은 없다. 대신 해안 절벽을 따라 공룡알 해변까지 5.16㎞ 길이의 도보길이 조성돼 있다. 지난 2019년 6월에 개통된 이 길 이름은 ‘윤선도 어부사시사 명상길’로, 바다를 끼고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힐링’ 도보길이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노화도 동천 항에서 화홍포항으로 가는 여객선 ‘민국 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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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 들어서면 주차장과 저수지 사이 인도변에 도열한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후박나무들로 이뤄진 ‘난대림 푸른 까끔길’이다. 힘차게 뻗은 가지들이 땡볕을 차단해줘 그 아래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011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에서 주관하는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 오래전 군외면 주민들이 해산물과 땔감, 숯 등을 지게에 지고 읍내에 나가 팔기위해 오갔던 옛길을 새롭게 단장했다.
교육관리동(방문자 센터) 입구에는 반원형 모양을 한 나무 두 그루가 계단 좌우에 심어져있다. 충남 태안반도에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고(故) 칼 밀러(한국명 민병갈)가 1979년에 완도에서 발견해 국제 식물학회에 신종으로 발표한 ‘완도 호랑가시나무’ 암수 나무다.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자연교잡해 나온 신종인데 수나무에는 잎만 무성한데 암나무에는 아직 푸른빛을 띤 열매들이 맺혀있다.
완도수목원 규모는 짧은 시간에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기본 추천코스로는 크게 ▲오감 로드(60분) ▲힐링 로드(90분) ▲트래킹 로드(120분)가 있다. 중앙관찰로를 따라 걷다보면 소귀나무,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후박나무, 후피향나무 등 다양한 난대 나무들을 접하게 된다. 조선시대에 이곳에서는 붉가시나무와 같은 나무를 잘라 숯을 구워 해남 우수영에 격월로 20석을 공납했다고 한다. ‘완도수목원 가시나무 숯가마터’가 복원돼 지난 2015년에 산림청 국가 산림문화자산(제 2015-0002호)으로 지정됐다.
◇ ‘블루 플래그’ 국제인증 받은 신지 명사십리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폭 150m, 길이 3.8㎞에 달하는데 유난히 모래가 곱다. 모래우는 소리가 10리 밖까지 들린다해서 ‘울모래’ 또는 ‘명사(鳴沙)십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2018년 4월에 국내 최초로 ‘블루 플래그’(Blue Flag) 인증을 받았다. ‘블루 플래그’는 덴마크에 자리한 국제단체 환경교육재단(FEE)에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 신지 명사십리 해변에 설치된 ‘블루 플래그’ 공식 마스코트인 ‘개구쟁이 스머프’ |
또한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해양 치유산업 일 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양치유는 해양기후와 해수, 해양생물(해조류), 해양광물(소금·모래·갯벌)을 활용해 노르딕워킹과 해변요가, 산책 등을 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뜻한다. 군은 올해를 ‘해양치유 산업화 원년’으로 선포한 후 지난 4월 ‘완도 해양치유센터’를 착공함과 함께 내년 ‘완도 국제 해조류 박람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동망산에 개관한 완도타워는 도약하는 완도의 상징물이다. 완도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완도읍 시가지와 일명 ‘하트섬’으로 불리는 주도(珠島)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28호), 멀리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손쉬운 접근성과 젊은 세대의 즐길 거리를 위해 모노레일과 짚라인(Zip Line)도 설치돼 있다. 날이 저무는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명승 제3호)에서 완도 여행을 마무리한다. 보길도 예송리와 또 다른 파도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완도=정은조 기자 ejh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