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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자그마한 비밀의 화원…비오는 날 행복한 ‘풀멍’
[도시농부가 자란다-베란다 텃밭 도전기]
2021년 07월 06일(화) 02:30
지난 겨울 수확한 자이언트 레몬
벌레가 무서워 전원주택의 삶을 일찌감치 포기한 기자의 집 베란다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마련돼 있다. 고수들의 텃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계절 초록 생명들이 자라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이다. 비 내리는 저녁, 베란다 텃밭에 홀로 앉아 ‘풀멍’ 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힐링타임이기도 하다.

◇자이언트 레몬으로 ‘똥손’ 탈피

3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똥손’이라 불렀다. 부모님댁에서 가져온 튼실한 화초들이 집에만 오면 족족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나는 식물을 키우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다시 키우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였다.

4년생과 2년생 커피 묘목을 데려와 베란다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열매가 달리는 식물을 키우는 건 단순한 초록식물과는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를 수확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식물키우기에 대한 재미가 커져갔다.

아파트에서 키워낸 커피꽃
3년이 지난 지금, 텃밭에는 제법 많은 작물들이 크고 있다. 2그루의 커피나무가 여전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고 6개의 화분에서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중학생 아들이 씨앗부터 발아시켜 키우는 오이넝쿨 2줄기가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는 중이며, 지난 봄 맛보기로 겨우 열매를 맺었던 딸기, 천혜향, 그리고 레몬 나무 등이 베란다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식물들에 다 애정을 쏟고 있지만 가장 기특하고 뿌듯한 건 레몬이다. 지난해 봄 화원을 찾았다가 4년생으로 추정되는 레몬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데려왔다. 열매의 크기가 어른 주먹보다 커서 ‘자이언트 레몬’이라고도 불리는데 맛도 레몬처럼 시큼해서 일반 레몬처럼 이용된다. 4월 묘목 구입 당시 아기 주먹보다 조금 작았던 초록색 열매는 한 달을 겨우 버티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실망도 잠시, 6월이 되자 다시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망울이 옹기종기 무리지어 있다가 새하얀 꽃이 활짝 피는데 꽃향기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였지만 레몬꽃은 베란다 전체를 향긋하게 물들여줬다.

커피 체리
일주일정도 지나자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그곳에 콩알만한 열매가 맺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베란다로 나가는 재미가 생겼다. 꽃이 많았던 만큼 열매가 꽤 많이 달렸는데 솎아줄 필요가 없이 하루에도 몇 개씩 저절로 떨어지는 열매가 속출했다. 가을이 지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레몬 열매는 두 알. 겨울이 되면서 몸집을 다 키운 열매는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익어갔다. 이제야 드디어 레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수확일은 이듬해인 올해 1월, 주말을 D-day로 정했다. 하나는 노랗게 물들었고 다른 하나는 반쪽은 아직 초록색이 남은 상태였다. 레몬열매를 직접 따는 영광은 아이에게 양보했다. 수확하면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먹기로 약속한 만큼 바로 레몬청까지 만들었다. 레몬 2개 뿐이었지만 왕레몬이다 보니 양은 섭섭지 않게 나왔다. 냉장고에서 일주일 숙성시킨 후 탄산수를 넣은 레몬에이드를 만들었다. 직접 키워 만든 레몬에이드 맛은 ‘베리 굿’이다.

본잎이 나온 오이 모종을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방울토마토와 오이·커피 키우기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는 초보농부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게 방울토마토다. 어렵지 않게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데다 아이들과 함께 키우기에 토마토만한 게 없기도 하다. 모종을 사다가 키우기도 하고 씨앗으로 키워보기도 했다. 열매를 따먹긴 했지만 다른 집처럼 주렁주렁 매달릴 정도로 키웠던 기억이 없는 원인을 ‘일조량 부족’ 탓으로 돌려본다.

지금도 일반 방울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 앉은뱅이방울토마토가 자라는 중이다. 모종으로 시작한 방울토마토는 감질나게 하나 둘씩 열매를 선물한다. 얼마 전 3알을 따먹고 2알이 또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1m50㎝ 길이의 지지대를 세워줬으니 끝까지 자라는 동안 몇 개의 방울토마토를 선물해줄지 기대해 봐야겠다.

자이언트 레몬과 방울토마토, 커피, 애플민트까지 초록식물이 가득한 ‘베란다 텃밭’은 기자의 힐링공간이기도 하다.
오이는 처음으로 도전해본 작물이다. 기특하게도 식물 키우기에 취미를 가진 아들이 식물 키트를 사다가 직접 씨앗부터 키웠다. 일주일만에 떡잎이 나오더니 얼마 되지 않아 본잎이 나왔다. 본잎이 2~3장이 될 때 개별 화분에 옮겨줬다. 오이는 넝쿨 식물이다 보니 타고 올라갈 기둥이 필요해서 특별히 넝쿨용 파티션을 구입해다가 연결해줬다. 반나절만에 벌써 넝쿨손이 기둥을 말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표 여름채소인지라 더운 여름에 쑥쑥 잘 자라는게 오이다. 4월말 파종한 것이 한달 보름만에 키가 1m 정도 자랐다. 꽃은 아직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집에서 참고하는 채소 관련 책에는 ‘싹이 나온 후 6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역시 햇빛 부족이겠거니.

오이는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는게 좋다. 물을 잘 줘야 열매에 쓴 맛이 적다는 정보도 있다. 튼실한 오이 열매를 수확하고 싶다면 줄기 5마디 아래쪽의 암꽃과 수꽃, 곁순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첫 오이도 따줘야 한다는데, 마음 약한 우리 모자에게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커피나무는 키운지 3년차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물론 꽃도 피워보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딱 두 알 수확했을 뿐이다.

커피나무를 키우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추위다. 늦가을부터는 베란다에 있던 커피나무를 거실로 들여보내고 이듬해 봄 꽃샘추위가 지난 후 다시 베란다로 보내는데 지난 겨울 유독 추웠던 탓에 올해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쌈채소 수경재배 도전

도시농부 취재를 핑계삼아 쌈채소 수경재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식물은 흙에서만 키운다고 알고 있던 필자에게 수경재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인터넷 카페(네이버 ‘나의 베란다 텃밭’) 수경재배 고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경재배로 수확에 성공한 새싹채소 무순
수경재배는 물에 비료를 섞어서 식물들의 영양분을 공급해 물로 키우는 재배방식이다. 상추같은 쌈채소나 방울토마토 같은 과채류 재배에 많이 이용된다. 필요한 영양분만 잘 제공하면 짧은 기간에 수확이 가능하고 토경재배의 단점인 벌레로부터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시농부들이 선호한다.

첫 도전할 씨앗은 래디시(적환무), 청오크, 청로메인, 여름상추 청치마 4가지다. 씨앗은 솜발아 방법을 택했다. 플라스틱 통에 키친타올을 넣고 물을 부은 다음 씨앗을 올리고 뚜껑을 덮어둔다. 5일 정도 지난 후 뿌리가 어느 정도 자라자 스펀지에 옮겨 육묘시킨다. 이후 좀 더 자라면 준비해 둔 컵이나 잘라놓은 페트병에 정식하고 양액으로 키우면 된다.

수경재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빛이다. 햇빛을 잘 보여주어야 잎이 잘 크는데 베란다에서 받을 수 있는 빛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식물전용 LED를 사용한다. 빛을 가득 받고 자란 채소들은 전문 농부를 못지않은 풍성한 수확물을 선물 받는다. 고수들의 수경재배 성공기를 보면서 쉽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착오였다. LED 등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다.

콩나물 키우기
초보라면 새싹채소나 콩나물 키우기부터 추천한다. 물만 잘 주면 단기간에 수확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 새싹채소는 씨앗에서 싹이 발아한 후 일주일 정도 키워서 먹는다. 일반 씨앗이 아닌 새싹채소용 씨앗을 이용한다. 새싹채소도 정기적으로 물을 주어 키우기 때문에 수경재배다. 초보에게 좋은 새싹채소는 브로콜리, 알파파, 청경채, 무순, 양배추 등이다.

콩나물은 재배기를 구입하거나 구멍이 뚫린 통을 이용해 키울 수 있다. 준비한 콩은 씻은 다음 3~4시간 물에 불려주고 물 빠짐이 가능한 통에 불린 콩을 넣어 검은 천으로 덮어준다. 빛이 들어가면 콩나물이 초록색으로 변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하루에 4~5회 물을 부어주면서 키운다. 물을 자주 줘야 잔뿌리가 생기지 않는다. 정성과 수고 대비 수확의 기쁨이 가장 좋았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건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관심과 정성으로 자란다는 점이다. 재미가 붙어서 매일 아침 텃밭에 나가 식물들과 인사를 하고 창문을 열어 바람과 햇살을 선물해주고 물도 주면서 관심을 기울여주니 식물들도 정성에 보답하는 듯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똥손’이 아니라 ‘농린이(초보농부)’다.

/글·사진=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