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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학의 과제] “시민이 광주학 연구자, 마을이 광주학 거점돼야”
2021년 06월 21일(월) 23:40
◇광주학, 시민의 성장학이자 지역의 발전학=지역학은 일정한 지역의 지리, 역사,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광주를 하나의 지역으로 보았을 때, 광주와 관련된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 광주학(光州學)인 것이다. 학문이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 등을 고려해 광주학을 다시 정의하면, 광주학은 광주라는 공간에서 전개되는 인간의 활동, 도시의 특징적인 현상, 해결해야 할 도시의 각종 문제 등을 학제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광주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학문이다.

광주학은 지역의 역사, 사회, 정치, 문화, 경제 등을 조사·분석하여 이를 객관화하는 학술적 측면과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측면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광주학은 ‘시민의 성장학’과 ‘지역의 발전학’이다.

일제강점기 충장로 거리
시민의 성장학이라는 것은 지역의 행위주체인 시민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광주학을 통해 시민이 지역의 역사와 상황을 이해하는 ‘인식 능력’과 지역의 문제를 공동으로 풀어가기 위한 ‘실천 능력’을 형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발전학이라는 것은 광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연구함으로써 그 속에 담긴 도시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광주학에서 발전은 단지 도시의 경제적 풍요와 양적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가치, 도시의 품격, 도시의 행복, 도시의 즐거움, 도시의 삶의 관계, 도시의 정치 등 여러 영역과 주제에서 시민의 생활과 도시의 운영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광주역 (현 동부소방서 자리)
◇광주에서 출발하지만, 광주를 넘는 미래 연구=광주학이 광주 지역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면서 시민의 성장과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첫째, 사회인문학적 관점이다.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적 실천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광주학은 가치 지향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인문학적 관점에서 광주학은 광주가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 광주를 규정하는 다양한 요인 등을 담론화하는 작업을 중시해야 한다. 특히 도시공간 계획, 도시정책의 수립, 생활단위 공동체적 가치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열린 지역학적 관점이다. 지역은 물리적으로 제한된 삶의 공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넓은 지역을 지향하며 시민의 삶을 확장해 나가는 출구이기도 하다. 광주학은 광주가 다른 지역, 다른 세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관계 지향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광주가 다른 지역과 맺고 있는 관계와 지역의 문제를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관계 속에서 개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셋째, 지역주체적 관점이다. 지역학은 지역을 중심에 놓고 학문 활동을 전개한다. 지역학은 지역을 중앙과 대비되는 수동적인 객체로 바라보았던 기존의 시각을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학의 특징은 자신들의 지역에 서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광주학이 광주의 정체성 형성을 학문적으로 이끌고,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광주시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정책학적 관점이다. 정책은 도시발전과 관련된 경제, 문화, 사회,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추구하는 목적들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행위이다. 광주학이 정책학적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탐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광주학의 주제와 연구대상은 공공적 차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의 실용적 수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미래학적 관점이다. 광주학은 광주라는 공간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토대로 광주를 만들어내고 광주를 특징짓는 중장기적 전망을 밝히는 미래학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특히 광주학이 지향하는 미래연구는 단지 미래 예측을 넘어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참여해 바람직한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적 차원의 흐름 속에서 광주라는 도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과 자본의 영향에 따른 공간의 변화, 도시의 인구변화, 도시에서의 민주주의 확장, 도시의 사회관계와 문화 변동 등은 광주학이 미래의 광주를 위해 항상 중시해야 할 연구주제들이다.

◇지역의 위기, 광주학의 역할 증대=특히 지역학으로서 광주학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는 현재 지역이 처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 때문이다. 인구감소, 고령화 등으로 도시의 활력이 저하되고, 도시환경의 파괴, 경기침체와 일자리 감소 등으로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의 약화되고 있다. 광주학을 통해 지역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면 지역의 공간을 되살리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광주학이 지역주민과 밀착하고 공공정책과 결합해 나간다면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광주는 문화적·역사적 경험 속에서 축적된 인문적 정신, 보편가치에 입각한 도시운영 비전과 시민사회의 실천 등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뚜렷한 특성과 자원을 갖고 있다. 이것은 광주학이 지역의 총체적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지역학의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광주학을 정립하기 위한 실행 기반은 아직 취약한 편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 대학과 협력해 ‘수원학개론’, ‘안산학지도자과정’, ‘마을학개론’ 등을 정규과목으로 개설해 지역학을 이미 시민사회로 확산시켜 가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제주학, 충북학 등은 연구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산학과 공주학은 시민이 직접 향토 자료 발굴에 참여하고, 시민강사를 양성하는 등 아예 시민중심의 지역학을 표방하고 있다.

광주학을 지나치게 전문적인 학문영역으로 다루면 지역이 처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작업이 소홀해지고, 시민들이 광주학의 주체로 참여하는 데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광주학은 학문의 영역이지만, 광주학의 정립과 발전에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남광주역(일명 신광주역)
◇시민이 연구자가 되는 종합적인 광주학 체제 구축=광주학의 정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광주학을 정립하고자 하는 지역 내부의 추진 동력이다. 특히 지역연구를 통합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자 집단과 광주학을 지역발전의 인프라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려는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광주학을 정립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평생교육법’ 등의 내용을 광주학 정립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관련 조례 제정이나 예산 등의 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광주학을 정립해 지속적인 학문 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조직을 구축하는 문제이다. 지역학은 통합학문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연구역량을 갖춘 완결적인 체제보다는 여러 연구기관과 개인들을 연결하고 연구성과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성격의 기구로 운영할 수도 있다.

광주학은 광주라는 지역공간과 지역구성원의 과거-현재-미래를 담고 있는 총체적인 삶의 얼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학은 대학, 시민사회, 지자체 등 지역을 구성하는 주요 주체들이 함께 정립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광주학 연구의 중심 기관인 ‘광주학연구센터’를 설립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광주학 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각 분야에서 단위별로 진행되는 연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소 및 관련 학과, 광주전남연구원과 같은 지자체 연구기관, 광주문화재단, 지방문화원 등이 함께 광주학에 관한 공동사업을 기획해야 한다. 광주시는 광주학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광주학 연구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이 광주학의 연구자가 되고, 마을이 광주학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광주학 연구의 종합적인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지역공동체문화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