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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5·18 헬기사격은 사실 … 전두환, 유죄”
광주지법, “5·18 가장 큰 책임자”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헬기사격 5월 21일·27일 존재 … 신군부 ‘자위권 발동’ 주장 무너져
2020년 11월 30일(월) 19:41
30일 오후 전두환씨가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과거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현대사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피고인에 대한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지난 3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전두환씨를 향한 재판장의 질타가 이어졌다.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 동안의 헬기 사격 여부가 중요한 쟁점임을 인식하고도 (23년 전) 유죄 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함으로써 특별사면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성찰이나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고,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히고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했다.

재판 시작 전부터 방청석을 지키고 있던 취재진과 5·18 유족들, 일반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선고 내용을 듣고 아쉬움 섞인 표정을 내비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선고가 진행중인데도, 고개를 떨구며 조는 모습을 보였던 전씨를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는 방청객도 보였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전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에게는 재판 전부터 ‘실형’, ‘법정구속’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적지 않았고 검찰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었다. 이날 재판에서도 법정 밖에서 “살인마 전두환을 엄벌하라”는 요구도 터져나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이 사법부로부터 처음으로 2차례의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범죄 사실은 ‘故 조비오 신부가 1980년 5월 21일 광주 시내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지칭하면서 그 목적 사실을 허위로 적시했다’는 것으로, 사건의 중요성과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양형에 있어서 부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헬기 사격 여부만 쟁점이 됐을 뿐 헬기 사격으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양형에 반영하는 것은 책임주의 및 양형 원칙에 반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법원은 이번 재판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기간인 5월 21일과 5월 27일의 헬기 사격도 모두 존재한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는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군이 오히려 국민을 적으로 간주해 1980년 5월 헬기에서 발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씨 등 신군부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계엄군이 광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시위를 진압하던 중 격화돼 부득이 자위권을 발동해 무력을 동원했다’는 ‘자위권 발동’ 주장도 깨졌다.

재판부는 또 전씨가 헬기사격이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출간을 감행한 것으로 판단,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성도 인정했다.

전씨는 선고가 끝난 뒤 부인 이순자씨의 손을 잡고 법정에서 퇴정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받아보는 대로 항소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