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민단체가 19일 정부의 2020년 쌀 생산량 통계가 엉터리라고 주장하며 호남지방통계청을 항의 방문했다.

농민들은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3차례 태풍 등으로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했다고 여기는데, 통계청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생산량 전망치는 전년 대비 3%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오면서 농민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80㎏ 한 가마당 22만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치 산지 쌀값에 대해 정부가 수확기 일시적 급등으로 여기고 공공 비축미 방출 등 가격 조절에 나설 경우, 생산량 감소에 따른 피해와 함께 가격 조절에 따른 피해까지 이중고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진보당 전남 농민위원회(이하 농민단체)는 이날 호남지방통계청을 항의 방문하고 올해 쌀 생산량 재조사를 요구했다.

농민단체는 “정부는 지난 9월 15일 작황 조사 결과 2020년 쌀 생산량 전망치는 363만t으로, 이는 이 전년(374만t)보다 3%(11만 t) 감소 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면적 감소분 0.5%를 빼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고작 2.5% 감소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는 “긴 장마, 폭우, 태풍으로 올해 농산물 생산은 (정부 발표와 달리) 감소했고 쌀도 예외가 아니다”며 “이해하기 힘든 것은 정부가 전남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보는 것이다. 전남 농민 누구도 전남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정부 발표를 믿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전남도 역시 정부 통계보다 전남 농민단체 주장이 실정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가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행정 조사한 결과, 정부 통계 15만6000㏊보다 전남지역 벼 재배면적이 6800㏊가량 적은 14만8000㏊ 수준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무안군 벼 재배면적 총량과 맞먹는 규모라는 것이다. 또한, 10a당 생산량도 전년 대비 1.3% 감소한 465㎏이라는 정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단체는 또한 “정부는 쌀 수급에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대국민 발표를 하고 나서 예상치 않게 쌀 가격이 오르자 조기에 정부 양곡을 방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며 “정부 스스로 모순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했다.

농민단체는 통계청의 쌀생산량 전망치를 ‘엉터리’ 라고 규정하면서 “엉터리 통계가 나오는 이유는 조사 방법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통계에 낟알 수는 나오는데 등숙률(낟알이 여문 정도)은 빠져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농민과 농협은 올 쌀 도정률(나락을 쌀로 만드는 비율)이 전년 대비 평균 15% 정도 떨어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 정부 통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낟알 수가 아무리 많아도 태반이 쭉정이면 생산량은 급감한다는 것이다.

농민단체는 현장 농민, 단위 농협 체감 정도를 근거로 올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농지임대비용과 기계 작업비, 인건비 등을 제하면 농민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이익금은 미미하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농민단체는 그러면서 통계청 등 정부에 ▲시·군청 직원과 함께 쌀 생산량을 조속히 재조사를 하고 ▲쌀값 하락을 위한 공공비축미 방출 대신 정부 매입량을 기존 35만t에 더해 추가로 35만t 늘려 쌀값 정상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