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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계림수필 : 달걀은 덤…쏠쏠한 닭 키우는 재미
2020년 09월 17일(목) 07:00
피카소 작 ‘암탉과 병아리’
드디어 우리 닭이 알을 낳았다. 딸아이가 인공부화기로 부화시킨 토종닭 병아리를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다며 손바닥만 한 마당이 있는 우리 집으로 보내온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예기치 않게 닭장을 짓고 닭을 치기 시작했는데 모이와 물을 닭장 안으로 들이밀 때마다 병아리들과 눈을 맞추게 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때마다 “아아 앞으로는 후라이드 치킨과 삼계탕은 못 먹을 것 같구나!”하고 생각했다. 우리 집 닭과 치맥의 닭은 다르다는 야릇한 논리로 그 다짐은 한 번도 지켜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6개월이 흘러 그 닭이 며칠 전 알을 낳기 시작하더니 매일 한 알씩 규칙적으로 둥지에 알을 낳곤 한다. 닭이 커가면서 더해지는 깃털 빛깔의 아름다움과 닭 볏의 붉은 색이 뿜는 위엄에 감탄했는데 이제는 달걀까지 더해서 나의 닭 이야기는 자꾸 풍성해지는 것 같다.

피카소의 ‘암탉과 병아리’(1936년 작)는 뷔퐁의 ‘박물지’에 실린 삽화의 도판으로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고 보송보송한 병아리들이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피카소도 병아리를 키워보았을까?

현대미술운동의 선구자인 피카소의 입체주의 회화에 익숙한 사람에겐 더 이상 잘 그릴 수 없을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이 어쩌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일찍이 피카소는 “나는 12살의 나이에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렸다” 고 자부한 바 있을 만큼 탁월한 묘사력을 과시했다. 피카소는 어미 닭이 병아리를 따뜻하게 돌보는 모성 가득한 이 그림이 닭의 모습을 단순히 재현해 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공격적이고 뻔뻔스럽게 보이도록 수탉을 풍자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닭을 키우다보니 새삼 닭에 관한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림 뿐 아니라 최근에는 닭을 키우면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일기처럼 철학적 사유의 글을 쓴 도올 김용옥의 ‘계림 수필-봉혜처럼 살리라’도 열독하게 된다. 닭을 키우면서 달걀 속 생명을 생각해서 달걀 프라이도 먹지 못한다는 이 시대 최고 지성은 역시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