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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해양수도 향한 역동적인 물방울 ‘부산답다’
(10) 국립해양박물관
바다 매립 인공지반 위 비정형 3차원 설계
물고기떼 형상 내부 어디서든 바다 한눈에
신·구 조화 속 생생함 가득한 테마파크
2020년 08월 10일(월) 00:00
지난 2012년 태종대 길목에 들어선 국립해양박물관은 물방울 형상을 모티브로 삼은 독특한 건축미로 이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국립해양박물관>
‘영화의 도시’ 부산에는 건축학적으로 뛰어난 건물이 많다. 부산 영화의전당, 누리마루 APEC하우스, 국립해양박물관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부산다움’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천혜의 푸른 바다와 빼어난 건축물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조형미는 다른 도시에서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태종도 길목에 자리잡은 국립해양박물관은 건물의 정체성과 부산의 지역성을 충실히 살려낸 ‘명작’으로 꼽힌다. <편집자주>



1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깊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다. 귓전을 때리는 바람 소리와 눈부신 파도의 하얀 포말이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비록 영상으로 만나는 제주 바다이지만 관람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국립해양박물관이 4월28~7월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 ‘해양제주-바다에서 바라본 제주바당’전의 풍경이다.

지난 2012년 7월 부산 태종대 인근에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띌 정도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부지 4만5000㎡에 건축연면적 2만500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거대한 물방울을 형상화 한 건물은 ‘동북아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의 랜드마크 답다.

바다를 매립한 인공지반 위에 들어선 국립해양박물관은 건물이 곧 ‘작품’이다. 관람의 시작과 끝은 물론 내부의 전시관람 동선에서도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도록 한 공간 설계 덕분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을 설계한 곳은 정림건축과 건우사종합건축사무소. 대전의 이응노 미술관과 서울의 대한민국 역사관 등 다수의 공공건축물 설계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들은 박제화된 유물 전시관이 아닌, 누구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를 핵심 키워드로 정했다.

박물관 전시장 모습.
과거의 박물관 처럼 교육기관이라는 틀에 머물기 보다는 학습과 재미, 교육과 오락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립해양박물관의 제1 컬렉션은 ‘바다’ 그 자체다. 바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전망대로 구성하는 게 설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물관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콘셉트인 비정형 3차원 설계기법을 제안했다. 이 설계기법은 건물 외관이 곡선 또는 경사진 모양으로 구성될 때 2차원적인 공법으로는 제작이 어려울 때 활용된다. 물방울 형상을 한 국립해양박물관의 건물 양식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공법을 이용한 덕분인 것이다. 때문에 건물 밖에서 보면 물방울 건물이 바다를 품고 있는 듯한 한폭의 그림이 연상된다. 박물관의 내부 역시 물고기 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패턴 디자인으로 해양 문화의 물결을 상징했다. 지난 2007년 설계에 들어가 무려 5년 간의 공정을 거쳐 탄생한 국립해양박물관은 개관과 동시에 2012년 부산다운건축상 베스트상, 2013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립해양박물관은 개관과 동시에 부산 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개관 두 달만에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한해 평균 70~80만 명이 다녀가는 등 부산의 명물이 됐다. 지난해 관람객 수는 123만 264명.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 2019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 기준 국내에서 4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나의 바다, 우리의 미래’를 콘셉트로 해양의 역사, 생물, 영토, 선박, 인물, 문화 등 해양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4층 규모의 건물은 1층 대강당, 2층 뮤지엄숍, 기획전시실, 3층 수족관·상설전시실, 4층 상설전시실·전망 휴게실로 꾸며졌다. 이 가운데 전시공간은 상설전시관 8개, 기획전시관 1개, 어린이 박물관, 해양도서관, 수족관, 대강당, 4D영상관으로 구성됐다. 박물관의 전시용 유물만 해도 1만 여점에 달한다.

상설전시관은 고전전 의미의 전시장과는 다른 지속적인 관람객 유입을 유도하는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설계된 게 특징이다. 즉, 1층은 해양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ㆍ대강당ㆍ강의실로 구성됐고, 2층에는 어린이박물관과 기획전시실이 배치됐다. 3~4층은 상설전시공간이다. 여느 전시장과 차이점이 있다면 관람객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했다는 점이다.

해양도서관 벽면서가.
박물관 1층에는 해양 도서 2만 여권과 멀티미디어실을 갖춘 해양도서관이 마련됐다. 특히 해양분야 및 박물관 관련 자료는 4만6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 전문도서관이기도 하다. 해양도서관 옆의 어린이 박물관, 멀티미디어실에서는 ‘나만의 등대 그리기’, ‘지키자 우리 땅 독도’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무료 교육프로그램과 주말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된다.

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조선통신사 선박.
국립해양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3층 상설전시관의 조선통신사 선박이다. 조선통신사 선박은 바다를 건너 문화사절단 역할을 했던 통신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품으로 1607년 부터 200년 동안 조선통신사가 타고 일본을 오가는 데 쓰인 선박을 실제 크기의 절반 크기로 복원했다. 비록 실물크기의 절반 규모이지만 전시관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조선통신사 선박의 위용에 놀란다. 박물관에 전시된 거북선과 장보고 교관선을 제치고 해양박물관의 대표선박으로 뽑힐 만큼 관람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또 하나의 명물은 바로 해양생물관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오는 어린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드는 대표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직경 11m, 수심 4.8m, 총 377t 규모의 수족관에는 국내 연근해 상어, 가오리 등의 해양생물이 전시되고 해양생물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터치풀, 해양생물의 배양 및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미니수조도 만나 볼 수 있다. 극지 코너에선 관람객이 극지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풀어 볼 수 있도록 격주로 토요일 오전 남극 세종기지와 화상통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국립해양박물관의 강점은 신·구의 조화다. 상설전시관이 주로 해양의 역사와 인물 등 과거의 유산을 보여주고 있다면 어린이 박물관, 멀티미디어실, 4D영상관, 피크닉 룸, 보드랑(보드게임과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도서관), 야외의 피크닉존과 야외공원에선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의 홍보 담당 조수지씨는 “국립해양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바다를 느끼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테마파크”라면서 “ 매년 어린이, 청소년, 성인,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