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충장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광주 충장상인회 ‘충장로 오래된 가게’ 발간
‘호남상권 1번지’ 역사·풍경·상인들 이야기
58개 오래된 가게 ·4개 금융기관 내력 담아
2020년 07월 16일(목) 05:00
지난 1989년 충장로5가 입구의 풍경.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하던 남양통닭, 취업을 하고 양복을 맞췄던 삼영양복점, 외식을 하기 위해 들렀던 신락원 등…

위에 언급한 가게들의 공통점은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과 충장로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충장로를 호남상권 1번지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는 의미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광주는 충장로의 역사다.(물론 금남로도 이에 못지않다) 광주의 도시 형성과 발전사에 있어 충장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역사적 문헌을 보면 고려시대 축조된 광주읍성은 조선 초기 석성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일제시대 광주읍성이 철거되고 도시가 근대체제로 재편되면서 충장로는 광주의 중심 거리로 부상했다. 알려진 대로 충장로는 충장공 김덕령(1567~1596)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 임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그를 기려 충장공이라는 시호가 내려졌고, 충장로 명칭은 바로 이에서 연유한다.

충장로에 드리워진 역사를 보면 광주의 근현대사뿐 아니라 내일의 광주를 가늠할 수 있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났으며, 1929년 광주학생운동 당시에는 학생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선 곳이었다. 현재의 충장로는 충장로 1가에서 누문동 144번지까지의 1093m에 이르는 도로다.

최근 충장로를 지켜온 상인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발간돼 화제다. 광주 동구청 지원으로, 충장상인회(회장 여근수)가 발행하고 임인자·황지운이 쓴 ‘충장로 오래된 가게’(소년의 서 간)가 그것. 충장로를 지켜온 상인들의 이야기이자, 30년 이상 가게를 이어오고 있는 주인공들의 삶을 담고 있다.

책에는 58개의 오래된 가게와 4개의 지역은행에 관한 내력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 광주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봤거나 들었을 법한 가게들이다. 언급된 가게들을 접하고 나면 60~70년대뿐 아니라 80~90년대 충장로 풍경과 도소매 상인들의 삶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1946년 설립된 전남의과기제작소.
1950년대 ‘영안잡화점’으로 시작된 영안반점.
1960년대 후반 도미양장.
1946년 문을 연 전남의료기상사, 1960년부터 2대째 운영하고 있는 한양모사,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송월타월(대흥상회), 55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시계점 백광당, 1세대 광주 패션계의 증인 도미패션, 이불집으로 55년이 된 이브자리 등 소개된 가게들은 오늘의 충장로를 일군 공간들이다.

책 발간 계기는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장로 5가 번영회를 이끌었던 전병원 회장은 충장로 역사를 기록하고 나아가 오래된 가게를 기념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동판 사업을 동구청과 충장상인회에 제안하기에 이른다.

“동판 사업을 하는 중에 상인들을 만나보니 아카이브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많았습니다. 충장로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책자로 만들자는 얘기였어요. 때마침 취지에 공감했던 전영원 동구의원의 발의로 조례가 제정됐구요.”

그렇게 해서 아카이브를 위한 책자 제작이 시작됐다. 독립출판물서점 ‘소년의 서’를 운영하는 임인자 작가와 황지운 씨가 집필자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임택 동구청장을 비롯해 여근수 충장상인회 회장, 정미용 동구의회 의장, 홍기월 동구의회 의원 등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작년 11월에 시작한 출간작업이 지난 6월에 완료됐다.

여근수 상인회 회장은 “충장로 오래된 가게들은 충장로 역사와 함께한 우리 충장로만의 보배들”이라며 “책 발간을 계기로 옛 경광의 충장로의 상점가가 재건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책에는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이 살아 숨 쉰다. 조부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사람, 아버지로부터 시작해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사람, 전통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각양각색의 사연이 수록돼 있다. 또한 신한은행과 광주은행, 광주충장신협, 민물장어양식 수산업협동조합 4개 금융기관 내력과 지역사회와의 인연 등도 담겨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