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해마다 첫 달 월급을 통째로 기부해 온 ‘기부천사’가 있다.

전남 여수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행정도우미로 일하는 송한식(67)씨다.

행정도우미 일을 시작한 2016년 120만원을 기부한 뒤로 해마다 100만원씩을 기부, 5년 동안 520만원을 내놓았다. 송씨는 “100만원이면 한 달 월급의 거의 전부”라며 “어렵고 힘든 장애인에게 조금 더 도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송씨의 기부는 복지관 내 한 장애인을 위한 나눔에서 시작됐다.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한 환자가 있었지요. 혼자 사는데다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그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한 달 10만원씩 계산해 120만원을 기부했지요.”

이후로는 송씨는 어려운 가정에 대한 정보가 많은 복지관 측에서 기부 대상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퇴행성 불치병으로 한 달 약값만 120만원이 필요한 모녀 가정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송씨 또한 장애를 갖고 있다. 1980년 대기업에 입사한 송씨는 고향 여수로 출장을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다리를 크게 다쳐 회사도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장애에 굴복하지 않았고, 인터넷 쇼핑몰 등 개인 사업을 하거나 회사에 취직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장애를 극복하고자 했다.

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그는 1994년 여수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이후 20여년 동안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 왔고, 2016년 행정도우미로 자리를 잡았다.

송씨는 장애인 일자리 관리, 직업 소개 등 행정도우미 업무뿐 아니라 컴퓨터 교육, 복지관 내 카페 관리 등 업무도 맡고 있다.

장애인 컴퓨터 교육은 1994년 복지관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봉사활동으로 해 왔던 일이다. 복지관 내 정보화교실에서 장애인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는 보조 강사 일을 해 왔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좀 더 좋은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994년 말에 독학으로 컴퓨터활용능력 1급, 워드프로세서 등 자격증을 땄어요.”

그는 복지관 내 카페인 ‘너울가지’ 카페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 카페의 직원은 모두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송씨는 이들을 바리스타로 성장시키고 취업까지 도와주고 있다.

“발달장애인들도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카페 매출이 늘면 그 수익으로 1명이라도 더 채용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지요. 최근에는 직접 수제 차를 만들어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기도 했어요.”

장애인 행정도우미는 공공근로일자리로, 2년동안 근무하면 평가를 통해 여수시가 근로자를 다시 선발한다. 하지만 그는 복지관 측이 시에 추천서를 올려 5년을 잇따라 근무할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장애인을 위해 일할 생각입니다. 주변에 저보다 어려운 장애인이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