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의 낭만, 쇼핑의 천국으로 손꼽히던 홍콩이 공포와 비명으로 점철된 암흑으로 뒤덮힌 건 순식간이었다. 2014년 ‘우산 혁명’ 보다도 더 큰 규모로 일어난 이번 홍콩 시위는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했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자, 서로를 부당함에서 지켜 내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했던 숭고한 용기의 산물이다. 그러나 국가는 무차별적인 곤봉질과 매캐한 최루탄을 통해 부당한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수많은 한국인들은 그들의 외침이 우리의 과거와 ‘닮았다’라고 한다. 바로 1980년, 결코 잊을 수 없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눈물을 지금의 홍콩시민들이 뜨겁게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우산 혁명을 넘어 2019년 다시금 검정 우산을 펼친 이들도, 역사의 아픔을 겪지 않았던 ‘대학생’들이었다. 다만 그들의 가슴 속에는 홍콩인이라는 자긍심과 자유를 사랑하는 민주주의가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극심해지는 통제와 압박, 도 넘은 정치 개입에 거리 위에 서서 분노를 터트렸다. 그들은 시위 물품을 나누거나 일정을 공유하는 등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거리에 나섰다.
고작 40년 전인 1980년, 대한민국 광주에서도 대학생들의 붉은 깃발이 나부꼈다. 전남대와 조선대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피로 흥건한 머리를 동여매고 화염병을 집어 들었다. 대부분의 시위는 홍콩처럼 청년들이 선두에 섰다. 군부 독재에 저항했던 수많은 광주 청년들이 절규했던 가치도 단 하나, 처참히 짓밟혀 버린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한 집단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왜곡하는 것은 쉽다. 바로 ‘폭동 규정’이다. 독재 권력은 지배 체제에 반하는 시위는 국가 질서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무력 제압을 정당화한다. 국가 정상화 명목 하에 죄없는 시민들이 총과 칼에 희생되며 자유는 빛을 잃고 민주주의는 정의를 상실했다. 광주시민을 향한 공수 부대의 탄압, 그리고 홍콩시민을 향한 경찰 부대의 폭력은 그 잔인함마저 닮아 있었다. 시위의 배후를 추정하며 숭고한 시민 정신을 폄훼하는 허언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나돌았다.
정부와 강대국에 의해 폭동으로 규정된 두 시위는 과연 ‘조직화된 폭력’이었을까. 현재의 홍콩 시위와 광주 민주화운동은 공식적으로 ‘지도부’가 기록되지 않은, 사실상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낸 목숨 건 투쟁의 산물이었다.
대학생연합단체 홍콩 IAD의 조이 수는 2014년의 지도부가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시위대 전체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었기에 이번 시위에서 ‘지도부’가 없어진 이유를 밝혔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역시 자발적인 항쟁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문건과 증언록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시민들의 모금으로 가두방송단을 조직해 정보를 전했고, 리어카를 몰며 주먹밥을 나누며, 자발적으로 시민 공동체를 이뤄내 질서를 바로 세웠다. 자유가 침탈당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발현한 숭고한 시민 정신을 어찌 선동되었다 힐난할 수 있는가. 홍콩 시위와 광주 항쟁의 자발적인 시민들이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새겼다.
일부 언론은 홍콩 시위의 이유에 대해 ‘비싼 집값과 경제 불황’ 때문이라 보도했다. 이는 이백만 홍콩시민들이 고작 개인의 이익을 좇고자 ‘민주주의’를 빙자해 난동을 부린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전했다. 노골적인 목적 왜곡은 광주 민주화운동 때도 존재했다. 당시 신군부와 관변 언론은 광주시민들이 지향하는 이데올로기가 정부와 달라 폭동을 일으켰다며 무력 진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대적 보도를 이어갔다. 홍콩이 힘든 생활 문제에 그쳐 소란을 일으켰다면 광주는 이념 자체가 왜곡되어 반동분자로 몰렸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보도 양상은 중국 정부와 신군부라는 거대 입김의 결과였다. 다행히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올라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은 그 명예를 되찾고 있다.
홍콩시민들은 우리의 ‘촛불 시위를 통한 정권 교체’를 통해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많은 희생과 투쟁으로 독재를 몰아내고 개헌을 이뤄 내어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의 지나간 역사 속 민주화를 위한 아픔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지금의 홍콩. 같은 아픔의 역사를 지닌 우리가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으로 연대의 손을 잡을 차례다.
※이 기고는 제31회 조대문화상 논설·평론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그 내용의 일부를 간추렸다.
수많은 한국인들은 그들의 외침이 우리의 과거와 ‘닮았다’라고 한다. 바로 1980년, 결코 잊을 수 없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눈물을 지금의 홍콩시민들이 뜨겁게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작 40년 전인 1980년, 대한민국 광주에서도 대학생들의 붉은 깃발이 나부꼈다. 전남대와 조선대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피로 흥건한 머리를 동여매고 화염병을 집어 들었다. 대부분의 시위는 홍콩처럼 청년들이 선두에 섰다. 군부 독재에 저항했던 수많은 광주 청년들이 절규했던 가치도 단 하나, 처참히 짓밟혀 버린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정부와 강대국에 의해 폭동으로 규정된 두 시위는 과연 ‘조직화된 폭력’이었을까. 현재의 홍콩 시위와 광주 민주화운동은 공식적으로 ‘지도부’가 기록되지 않은, 사실상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낸 목숨 건 투쟁의 산물이었다.
대학생연합단체 홍콩 IAD의 조이 수는 2014년의 지도부가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시위대 전체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었기에 이번 시위에서 ‘지도부’가 없어진 이유를 밝혔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역시 자발적인 항쟁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문건과 증언록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시민들의 모금으로 가두방송단을 조직해 정보를 전했고, 리어카를 몰며 주먹밥을 나누며, 자발적으로 시민 공동체를 이뤄내 질서를 바로 세웠다. 자유가 침탈당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발현한 숭고한 시민 정신을 어찌 선동되었다 힐난할 수 있는가. 홍콩 시위와 광주 항쟁의 자발적인 시민들이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새겼다.
일부 언론은 홍콩 시위의 이유에 대해 ‘비싼 집값과 경제 불황’ 때문이라 보도했다. 이는 이백만 홍콩시민들이 고작 개인의 이익을 좇고자 ‘민주주의’를 빙자해 난동을 부린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전했다. 노골적인 목적 왜곡은 광주 민주화운동 때도 존재했다. 당시 신군부와 관변 언론은 광주시민들이 지향하는 이데올로기가 정부와 달라 폭동을 일으켰다며 무력 진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대적 보도를 이어갔다. 홍콩이 힘든 생활 문제에 그쳐 소란을 일으켰다면 광주는 이념 자체가 왜곡되어 반동분자로 몰렸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보도 양상은 중국 정부와 신군부라는 거대 입김의 결과였다. 다행히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올라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은 그 명예를 되찾고 있다.
홍콩시민들은 우리의 ‘촛불 시위를 통한 정권 교체’를 통해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많은 희생과 투쟁으로 독재를 몰아내고 개헌을 이뤄 내어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의 지나간 역사 속 민주화를 위한 아픔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지금의 홍콩. 같은 아픔의 역사를 지닌 우리가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으로 연대의 손을 잡을 차례다.
※이 기고는 제31회 조대문화상 논설·평론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그 내용의 일부를 간추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