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 교류의 물꼬는커녕 무관중, 무중계, 무득점의 ‘3무(無)’ 경기로 진행돼 실망이 컸다. 외신들도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열린 기이한 경기’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기괴한 경기로 결과는 부차적이었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계방송이 없는 ‘깜깜이 경기’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무관중 경기였다는 점이다. 언론은 북한이 패배할 경우 우려되는 사회적인 충격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냉랭한 남북 관계를 의도적으로 보여 주려는 정치적 셈법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관중석의 찬바람과는 대조적으로 그라운드의 열기는 뜨거웠던 것 같다. 양 팀에서 경고가 네 차례나 나왔을 정도로 격렬했다 한다. 어제 귀국한 손흥민은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심한 욕설도 있었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깜깜이 경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북한은 150만 달러(약18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요구했으나 KBS와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높은 가격이지만 시청률이 보장된 남북 대결에 프라임타임 경기였다는 점, 여기에 북한이 TV중계 기술이나 송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용을 더 불렀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국내에서 열린 A매치도 월드컵 예선이면 중계권료가 10억 원까지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북한은 한국 응원단의 평양 방문을 불허한 상황에서 대규모 관중을 동원한다는 게 좀 민망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관중 경기 또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제 선수단을 통해 들어온 DVD 영상은 상태가 좋지 않아 평양원정 경기는 영원히 ‘깜깜이’로 남을 것 같다.

남북은 H조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다. 최종 예선에 동반 진출하고 같은 조에 편성된다면 평양 예선은 다시 열릴 수 있다. ‘3무 경기’가 반복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땐 또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