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다. 말 그대로 ‘펫팸(Pet+Family)족’ 1000만 시대다. 반려동물 시대는 칼날의 양면과 같은 명암(明暗)을 가지고 있다. 현대사회의 단절된 가족관계를 이어주는 긍정적인 매개체이면서 버려지고 학대받는 또 다른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올바른 반려문화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

◇ 네 집 건너 한 집에 반려동물 살아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남녀 1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18년 12월 발표한 ‘2018반려동물 보고서-반려동물 연관산업 현황과 양육실태’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체가구의 25.1%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은 개(75.3%)가 가장 많았고 고양이(31.1%), 금붕어·열대어(10.8%), 햄스터(2.8%), 토끼(2.0%), 새(1.6%)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기르는 개 품종으로는 ‘몰티즈’(23.9%), ‘푸들’(16.9%), ‘시추’(10.3%)가 ‘TOP 3’를 차지했다.

고양이 품종은 ‘코리안 숏헤어’(45.2%), 페르시안(18.4%), 러시안 블루(18.4%), 샴(16.6%) 등 순으로 선호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데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까? 반려견 1마리를 기르는데 필요한 비용은 월 10만3000원(가구당 평균 1.3마리), 반려묘는 마리당 월 7만8000원(가구당 평균 1.5마리) 가량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료비와 간식비 등 먹거리 비용이었다. 이어 질병예방치료비, 일용품(미용·위생관련 용품, 용변 패드) 구매, 장난감 구매, CCTV·IOT(사물인터넷) 이용 대여료 등에 비용이 지출됐다.

이에 따라 국내 ‘펫코노미’(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에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1%씩 성장해 2조3300억원(2017년)을 뛰어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에도 국내 반려동물 등 관련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가 유지돼 2023년 4조6000억원, 2027년 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려동물 천만시대지만 동물권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1월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개들을 임으로 대량 살처분한 사실이 드러나 동물 안락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4년간(2015~2018년) 개 250여 마리를 몰래 안락사 시켜온 사실이 전직 내부직원의 폭로로 알려지자 대중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반려·유기동물 안락사에 대한 윤리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연간 10만 마리 가량 유기동물이 발생하는데, 유기된 동물이 구조되면 동물보호소에 20일 머물다가 입양되지 않으면 다른 유기동물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밀어내기식’ 안락사를 당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고 한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동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올바른 반려문화는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 교육이 필요하다.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독자적인 개체,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가져야 할 것이다. ‘동물권’과 ‘동물 복지’ 모두 이러한 생명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바탕에서 이뤄져야 한다.

애견 운동장

◇ 반려동물이 누리는 세상= 매일 아침 엄마가 준비해 주신 꼬까옷을 입고 벌꿀 모양의 귀여운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으로 향하는 박곰곰 어린이. 곰곰이는 올해로 두 살이 되는 포메라니안이다.

곰곰이와 친구들이 등원하는 곳은 화순군 한천면 죽헌로에 있는 ‘도담도담 애견유치원’이다. 광주가 집이지만 공기 맑고 넓은 운동장이 있는 화순까지 등원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유치원에 도착한 친구들은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한 채 냅다 운동장으로 뛰어나간다.

선생님이 던져주는 공 물어오기는 시바견인 ‘수수’와 ‘나무’가 단연 최고다. 지난밤 뒤척이느라 잠을 못 잔 친구들은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원형 비닐교실 의자에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한다. ‘도담도담’의 마스코트인 곰곰이는 친구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다가 원장님께 걸려 생각의 방에 들어가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잠시후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선생님 앞으로 모여든다. 간식시간이다. 말 잘 듣는 1학년생처럼 선생님 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얌전히 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먼저 달라고 조르던 친구는 결국 선생님께 혼이 나고 말았다.

‘도담도담 유치원’은 개원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그 사이 광주 외곽과 화순, 담양 등지에 애견 운동장을 갖춘 애견카페도 여럿 생겨났다. 대부분 견주와 함께 찾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담도담’은 견주들이 반려견을 믿고 맡기는 유치원으로 자리를 잡은 케이스다.

“직장에 다니는 견주들이 유치원에 맡기는 경우가 많고 집앞 산책만으로 운동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반려견들을 보내시는 견주들도 있어요.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오는 아이들이나 일주일에 한번 오는 아이까지 다양해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측면에서 반려견이나 견주들에게도 좋은 반응이 옵니다.”

도담도담을 운영하고 있는 이는 박지현(28)·도담(25) 자매다. 대학에서 동물관련 학과를 다닌 도담씨 덕에 애견유치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펀앤독’은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돼 애견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애견카페다. 광산구 신가동에 자리한 이곳은 현재까지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인조잔디 운동장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밤 10시까지 운동장이 오픈돼 있어 직장인 견주들에겐 최적의 장소가 되고 있다.

실내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편하게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운동장으로 나가 함께 뛰어놀 수도 있다. 견주들의 주의사항은 다른 애견과 충돌이 생기지 않는지 잘 지켜보는 것과 반려견의 배설물을 직접 치워주는 정도다.

11개월 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먼지’와 지내고 있는 김현서(26)씨는 전남 장성에서 살고 있지만 평일 저녁 광주까지 찾아왔다. “장성에도 산책시킬 수 있는 운동장은 많이 있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아이가 무서워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요. 앞으로는 퇴근 후 주 1~2회 정도는 이곳을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

8살 된 포메라니안 ‘프레르’와 5살 비숑프리제 ‘청정’이를 키우고 있는 장연서(30)씨는 이틀 연속 친구와 함께 펀앤독을 찾았다. 친구 역시 8개월 된 푸들 ‘보리’와 동행했다.

장씨는 광주나 인근 담양, 화순 등 웬만한 애견카페나 운동장은 안가본 곳이 없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건강하게 오래 지내고 싶은게 가장 큰 바람이다.

광주 북구 망월동 애견카페 ‘개구쟁이’에는 3000평 규모의 천연잔디 운동장과 강아지들을 위한 편집숍도 마련돼 다양한 브랜드의 옷이 많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장난감이나 가방 등 강아지들에게 필요한 물품도 많고 아이들이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오픈 피팅룸도 갖춰져 있다.

이외에도 24시간 문을 연 동물응급실이나 수술전문병원인 동물외상센터,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애견, 애묘를 위한 펫푸드 시장이나 관련용품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송기동·이보람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