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광주형 일자리’의 진행 과정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당초 광주시(윤장현 전 시장)가 추진했던 것은 광주시의 21세기 미래 산업으로서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조이롱자동차와 전기 자동차 생산 관련 MOU 협약 등을 체결했다. 광주시는 이를 통해 청장년층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요 산업 기반으로 성장시키려고 했으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 계획이 허황되거나 현실 가능성이 없음을 지적했다.(광주시는 지난 10일 조이롱자동차에 공식적으로 협상 무산을 통보했다).

그 후 광주시는 애초의 계획을 많이 수정해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계획처럼 노사정 협력 형태로 자동차 산업을 부흥하려 했던 사례를 참고하여 현대자동차와의 광주형 일자리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종 우여곡절이 있었고, 현대자동차와 최초 합의 발표를 앞두고 근로 조건(초임 연봉 3000만 원, 5년간 단체 협약 유예, 차량 연간 생산 대수 보장 등)에 대한 내용에 대해 노조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밀실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는 여당과 정부의 예산안 협조 및 적극 지지 발언,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적극 찬성 발언에 힘입어 협상 타결을 선언하다가 현대자동차측에서 노조의 전권 위임을 받은 광주시의 진정성을 의심하여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 노조와 현대자동차 양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노조 입장은 5년간 단체 협약 유예를 하는 것은 노동 관련법 위반으로서 독소 조항이라는 것이며, 현대자동차측 입장은 광주시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고 근로 조건이 매년마다 변경될 경우 소형 SUV 차량의 안정적인 생산 및 사업 안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말 노조의 입장과 현대자동차의 입장이 타협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먼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근로 조건에 대한 내용이 매년 급격히 변경될 것이 우려된다면 사업 초기 5년간은 물가상승률의 범위 내에서 임금 상승을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노정 간 또는 제3의 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임금 상승을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룬다면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하나하나씩 합의를 차분히 이루어간다면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형 일자리의 진행 과정에서 사업 운영에 대한 노사정 간의 대립 및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한 보상을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을 통해 해결하였듯이 명망 있는 인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명칭의 재고도 요청된다. 명칭 자체에서 광주에 대한 엄청난 특혜가 전제된 것으로 보이고 이미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라 이를 바꾸기 힘들지만, 부제로 자동차 산업 부활 프로젝트 또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 기지 등을 붙여 첫 번째 시행 도시가 광주인 것을 전국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칫 광주와 울산, 현대차 기존 공장과의 지역 갈등 구도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광주형 일자리(자동차 산업 부활 프로젝트)가 원만하게 합의돼 시작되길 바라며, 향후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이 또한 광주시정 및 광주시민들이 성숙해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