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해 전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공공기관에 다니던 선배가 퇴직했다. 나름 모아둔 돈도 있고 아이들도 학교를 마쳤으니 제 갈 길 알아서 가리라고 생각한 선배는 귀농을 하기로 했다. 고향에 아직 정정한 부모님이 계시고 부칠 만한 전답도 있는데다, 어릴 적부터 부모를 도와 농사일을 거들어온 터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주말마다 같이 만나 운동을 즐기던 파트너가 없어졌으니 두어 달 섭섭하기도 했지만 누구나 가야할 길이고, 몇 년 후면 나 역시 같은 길을 따라갈 터이니 안부 삼아 전화하는 게 응원이었다.
봄여름이 지나고 가을까지만 해도 활기 넘치던 선배의 목소리는 점점 지치고 힘겹게 들려왔다. 젊어서도 안 하던 농사일이며, 시댁살이도 하기 싫은 아내가 한사코 귀향을 마다하니 그는 혼자서 고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팔순 노모는 남편만 챙기기에도 힘든 나이에 반은 홀아비가 된 아들을 수발하는 것이 너무 힘겨웠고, 영농비며 생활비는 들어가지만 월급처럼 꼬박꼬박 나올 리 없는 수입도 이런저런 갈등만 키웠다. 결국 두 해를 못 넘기고 선배는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30년 넘도록 흰 셔츠에 타이를 매왔던 신사가 햇볕에 그을린 거무스레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을 때는 몇 년 후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측은하고 두려운 마음이 일었다.
통계청과 농촌경제연구원의 청년 농가 추이와 전망에 따르면 18년 전 9만 2000명에 달하던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가 2010년엔 3만3000, 2017년에는 다시 3분의 1이 줄어 9300명에 불과해졌고, 2025년이면 3700여 명 수준에 머물 것이란다. 우리 사회가 고령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이니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건 옛 얘기가 되었고, 청년농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면 섬짓할 지경이다.
40세 미만 농업인이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 6.6%였으니 예전엔 100농가 중 6~7명이었지만, 2017년엔 0.9%에 불과해 100농가에 1명도 안된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사라져 사람 없는 농촌이 될까 두려워진다.
올 여름 한국갤럽과 농민신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40세 미만 청년농들이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돈’이었다. 자금 부족(33%), 노동력 부족(27%), 판로 확보와 마케팅(18%), 자연재해 등 영농의 불확실성(10%) 순이다. 농사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도 경영 자금 확보나 농지 확보 등 경제적 애로가 가장 크다니 올해 도입한 청년농 영농 정착 지원 제도는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청년층 유입을 위해 40세 미만 청년농에게 3년 동안 월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선정 예정 인원의 3배에 이를 만큼 지원이 치열했고, 당초 1200여 명에서 400명을 추가 선정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법도 했지만 내년에도 2000명을 추가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후계농 육성을 위해 그동안 수많은 지원을 해왔지만 오죽하면 가계 자금까지 지원하게 되었을까 싶도록 청년농 부재의 위기감이 컸던 탓이다.
며칠 전 유감스럽게도 청년농에게 지급된 그 영농 정착 지원금이 백화점 명품 구매와 외제차 수리비 등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청년농들이 사용한 영농 지원금 44억 2000만 원중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마트와 편의점(26%)이었고, 쇼핑(20.7%), 음식점(17.9%) 순이었다. 쇼핑 가운데 명품 구매를 위한 200만 원 지출과 고급 가전·가구 구매, 면세점 이용 등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 당국의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런 식의 도덕적 해이는 정착 지원금을 받은 다른 청년농까지 싸잡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만들고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려는 이 사업 자체를 위축시킬까 걱정이다. 그러나 사업 시행 지침에 명시되어 있듯 자금의 용도가 ‘농가 경영비 및 일반 가계 자금’임을 감안하면 마트와 편의점 이용 등 대다수의 이용 내역은 일상적 가계 자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부당한 지출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부정한 사용은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안정적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다.
통계청과 농촌경제연구원의 청년 농가 추이와 전망에 따르면 18년 전 9만 2000명에 달하던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가 2010년엔 3만3000, 2017년에는 다시 3분의 1이 줄어 9300명에 불과해졌고, 2025년이면 3700여 명 수준에 머물 것이란다. 우리 사회가 고령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이니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건 옛 얘기가 되었고, 청년농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면 섬짓할 지경이다.
올 여름 한국갤럽과 농민신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40세 미만 청년농들이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돈’이었다. 자금 부족(33%), 노동력 부족(27%), 판로 확보와 마케팅(18%), 자연재해 등 영농의 불확실성(10%) 순이다. 농사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도 경영 자금 확보나 농지 확보 등 경제적 애로가 가장 크다니 올해 도입한 청년농 영농 정착 지원 제도는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청년층 유입을 위해 40세 미만 청년농에게 3년 동안 월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선정 예정 인원의 3배에 이를 만큼 지원이 치열했고, 당초 1200여 명에서 400명을 추가 선정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법도 했지만 내년에도 2000명을 추가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후계농 육성을 위해 그동안 수많은 지원을 해왔지만 오죽하면 가계 자금까지 지원하게 되었을까 싶도록 청년농 부재의 위기감이 컸던 탓이다.
며칠 전 유감스럽게도 청년농에게 지급된 그 영농 정착 지원금이 백화점 명품 구매와 외제차 수리비 등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청년농들이 사용한 영농 지원금 44억 2000만 원중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마트와 편의점(26%)이었고, 쇼핑(20.7%), 음식점(17.9%) 순이었다. 쇼핑 가운데 명품 구매를 위한 200만 원 지출과 고급 가전·가구 구매, 면세점 이용 등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 당국의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런 식의 도덕적 해이는 정착 지원금을 받은 다른 청년농까지 싸잡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만들고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려는 이 사업 자체를 위축시킬까 걱정이다. 그러나 사업 시행 지침에 명시되어 있듯 자금의 용도가 ‘농가 경영비 및 일반 가계 자금’임을 감안하면 마트와 편의점 이용 등 대다수의 이용 내역은 일상적 가계 자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부당한 지출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부정한 사용은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안정적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