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사라졌는데…때아닌 ‘곤충과의 전쟁’
폭염 영향 광주 모기 채집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어
여름 불청객 파리·나방 줄고 개미·거미·말벌 등 활개
여름 불청객 파리·나방 줄고 개미·거미·말벌 등 활개
광주시 북구 망월동에 사는 박모(46)씨는 올 여름 때아닌 ‘개미와 전쟁’을 치르느라 진땀을 쏟았다.
박씨는 “이달 초 갑자기 개미 수백마리가 거실 쇼파 밑에서 나오기 시작하더니, 잡아도 잡아도 숫자가 더 늘어났다. 이웃 주민도 개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마트에서 각종 개미살충제를 구입해 집안 곳곳에 붙이고, 뿌리고를 반복한 끝에 겨우 개미를 없앴다”고 말했다.
박씨는 “개미가 떼지어 다니며 몸 이곳저곳을 물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다”면서 “폭염 탓인지 올 여름은 모기와 파리가 거의 없어 좀 편히 보내는가 했더니, 더 무서운 개미떼의 공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시 남구에 사는 서모(여·27)씨는 올 여름 갑자기 집 안팎을 점령한 거미 때문에 폭염에도 창문까지 꼭꼭 닫고 지내야 했다.
서씨는 “지난달부터 갑자기 거미들이 방충망에 붙어 있거나 집에도 들어오는 바람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면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미는 해충이 아닌 익충(益蟲)이라 방역이 힘들다’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올 여름 광주·전남에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와 파리, 나방 등은 줄어든 반면 개미, 거미가 기승을 부리는 등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부터 셋째주까지 광주에 설치된 모기 포집기에서 969마리의 모기를 채집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채집한 1194마리에 비해 18.8%(225마리)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집 모기의 경우 올해 같은 기간 856마리가 채집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잡힌 1097마리에 비해 21.9%(241마리)나 줄었다.
변온동물(變溫動物·주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바뀌는 동물)인 모기는 27도 안팎의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올 여름처럼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면 흡혈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여름잠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욱교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은 “올 들어 파리도 줄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파리는 모기와 달리 주로 동물의 배설물에 번식하고 물이 없는 곳에서도 자랄 수 있어 모기처럼 폭염 등과 연관짓기는 어렵다. 앞으로 폭염과 파리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기, 파리와 함께 여름철 대표 불청객으로 꼽히는 나방도 개체수가 확연히 줄었다. 그나마 날아다니는 나방들도 폭염 등의 영향으로 성장을 제대로 못한 탓에 크기가 예년보다 작아진 모습이다.
반면 최근 고온에서 활동하는 갈색날개 매미충 등 외래 해충과 거미, 개미, 말벌 등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갈색날개 매미충은 농작물에 알을 낳아 죽게 하거나 수액을 빨아들이는 해충이다. 이달 초에는 나주시 남평읍 지석강변에 있는 한 아파트를 수많은 거미떼가 덮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폭염에 강한 말벌도 번식기(7~8월)을 맞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와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벌집 제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만 광주 1317건, 전남 3245건으로 등 총 4562건에 이른다.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조점래 연구관은 “보통 습하면 농작물에 병이 생기고, 덥고 건조하면 해충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면서 “올 여름에는 유난히 곤충의 이상활동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박씨는 “이달 초 갑자기 개미 수백마리가 거실 쇼파 밑에서 나오기 시작하더니, 잡아도 잡아도 숫자가 더 늘어났다. 이웃 주민도 개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마트에서 각종 개미살충제를 구입해 집안 곳곳에 붙이고, 뿌리고를 반복한 끝에 겨우 개미를 없앴다”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에 사는 서모(여·27)씨는 올 여름 갑자기 집 안팎을 점령한 거미 때문에 폭염에도 창문까지 꼭꼭 닫고 지내야 했다.
서씨는 “지난달부터 갑자기 거미들이 방충망에 붙어 있거나 집에도 들어오는 바람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면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미는 해충이 아닌 익충(益蟲)이라 방역이 힘들다’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9일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부터 셋째주까지 광주에 설치된 모기 포집기에서 969마리의 모기를 채집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채집한 1194마리에 비해 18.8%(225마리)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집 모기의 경우 올해 같은 기간 856마리가 채집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잡힌 1097마리에 비해 21.9%(241마리)나 줄었다.
변온동물(變溫動物·주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바뀌는 동물)인 모기는 27도 안팎의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올 여름처럼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면 흡혈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여름잠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욱교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은 “올 들어 파리도 줄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파리는 모기와 달리 주로 동물의 배설물에 번식하고 물이 없는 곳에서도 자랄 수 있어 모기처럼 폭염 등과 연관짓기는 어렵다. 앞으로 폭염과 파리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기, 파리와 함께 여름철 대표 불청객으로 꼽히는 나방도 개체수가 확연히 줄었다. 그나마 날아다니는 나방들도 폭염 등의 영향으로 성장을 제대로 못한 탓에 크기가 예년보다 작아진 모습이다.
반면 최근 고온에서 활동하는 갈색날개 매미충 등 외래 해충과 거미, 개미, 말벌 등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갈색날개 매미충은 농작물에 알을 낳아 죽게 하거나 수액을 빨아들이는 해충이다. 이달 초에는 나주시 남평읍 지석강변에 있는 한 아파트를 수많은 거미떼가 덮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폭염에 강한 말벌도 번식기(7~8월)을 맞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와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벌집 제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만 광주 1317건, 전남 3245건으로 등 총 4562건에 이른다.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조점래 연구관은 “보통 습하면 농작물에 병이 생기고, 덥고 건조하면 해충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면서 “올 여름에는 유난히 곤충의 이상활동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