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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닭 체온 낮춰라” 대형 환풍기 “양식장 수온 27도 지켜라” 그늘막 치기
르포 - 나주 산란계 농가·여수 우럭 양식장 ‘폭염과의 전쟁’
양계장 분무기로 안개 뿌리고 양식장 물고기에 산소 공급
현대삼호중 근로자들 달아오른 철판 위에서 작업 ‘비지땀’
2018년 07월 20일(금) 00:00
광주·전남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9일,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시민들이 뜨겁게 달궈진 도로를 건너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닭은 땀샘이 없어요. 급작스럽게 온도가 오르면 체온조절이 안 되고, 이 상황이 계속되면 위험합니다. 보통 때보다 폐사율이 3~4배 높아져요.”

19일 오후 3시 나주시 한 산란계 농장.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열기에 양계장 건물 안팎은 뜨겁게 달궈졌다. 계사 지붕과 주변에는 스프링클러가 끊임없이 물을 뿌리고, 계사 안에는 안개 분무기와 대형 환풍기 20대가 쉼 없이 가동됐다.

산란계 15만 마리를 사육하는 김양길 씨는 “아무리 무더워도 바람이라도 불면 숨 쉬기가 한결 편한데 닭들도 마찬가지”라며 “ 안개로 열을 식히고 대형 환풍기로 공기 흐름을 빠르게 해 체감온도를 낮추고, 비타민제를 투입해 닭들의 생체리듬을 보강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이 가장 무섭다”며 “사육비는 오르고 생산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숨 지었다. 폭염이 지속되면 산란율이 10%가량 떨어지고, 계란 품질도 한 단계씩 낮아진다고 했다. 사람도 더위를 타면 입맛이 없듯 닭들도 마찬가지여서 사료는 안 먹고 물만 먹는단다. 당연히 계란 무게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체력도 바닥이 나면서 폐사율은 보통 때보다 3~4배 높아진다.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 생체리듬을 보강해줄 영양제를 투입한다. 대형 환풍기를 24시간 돌릴 수 밖에 없어 전기요금은 평소보다 3배 가량 상승한다.

이날 오후 2시 여수시 신월해역 우럭 양식장. 섭씨 33도를 기록한 이날도 그늘 한 점 없는 0.9㏊규모의 양식장에는 쏟아지는 태양과 바닷물에 반사된 복사열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여수 잠수기조합 어판장과 경도 사이에 위치한 이곳 양식장은 좁은 해역과 얕은 수심 때문에 다른 양식장에 비해 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어민들은 일터에서 굵어진 손으로 물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을 연신 훔쳐내며 우럭과 돔 등 물고기들이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산소공급과 차양막 정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양식장 수온을 보여주는 온도계는 27도를 가리켰다. 수온이 28도 이상 상승하면 물고기들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집단폐사 등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28도가 넘는 고수온현상으로 발생한 피해규모는 여수 신월해역과 돌산 우두해역 양식장 2곳에서 2억여원에 달했다.

여수시도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 적조·고수온 대비 재해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고 신월해역 우럭양식장을 비롯해 고수온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양식어가에 그늘막 788개와 액화산소 116대를 지난 6월부터 공급하고 있다. 시는 폭염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전남 서남권 최대 조선소인 영암군 삼호읍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선 현장 작업자들이 말그대로 ‘불판’ 위에 앉아 용접을 했다. 건조 중인 선박 위 철판 온도는 지상보다 15도 가량 높은 45도를 훌쩍 넘어섰다. 땡볕이 절정에 오를 때면 섭씨 60도를 넘는다. 철판 위에 계란을 깨뜨리면 그대로 반숙이 될 정도다. 선박 위 작업자들은 더운 날씨에 용접복까지 겹겹이 껴입고 불꽃 작업을 했다. 폭우라도 내린 듯, 뜨거운 땀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한 식염정과 음료로 갈증을 풀며 일을 한다. 갑판 위에선 그늘막과 천막으로 뜨거운 태양을 가리기라도 하지만, 갑판 아래 밀폐된 탱크 안에서 작업하는 이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 곳곳에 팬과 스폿쿨러를 이용해 공기를 주입하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혹서기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이 기간 특별히 점심을 원기보강에 좋은 보양식으로 메뉴를 구성하는 등 작업자들을 폭염에서 보호하기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영암=전봉헌 기자 j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