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라 스타인그래버는 자신의 암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과 암의 관계를 탐구하고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들의 반란’이라는 책을 썼다. 저자는 인간은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으면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 또한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끔찍한 일이다. 인간들은 자연을 방기하고 자신들만을 위해 놀랍도록 탐욕스러워졌다. 그 결과 미국 중서부와 동부의 농업 지역에서도 잔류 농약이 발견된다고 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이미 극지대에서 자라는 나무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몸에서도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TV의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채널만 돌리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먹고 마시는 것들. 같은 양으로 맛있게 먹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야 시비 걸 일이 못된다고 하지만 덩치가 커다란, 살찐 사람들이 둘러앉아 보통 사람들의 몇 배나 되는 양을 먹어치우는 걸 보면 절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어렸을 적 고향 섬 마을에서 아버지가 잠깐 방앗간을 할 때였다. 아버지가 빻아놓은 쌀을 한 주머니씩 훔쳐 먹곤 했는데, 숨을 데라고는 돌담 밑이거나 참호처럼 파인 언덕 아래뿐이어서, 그곳을 익숙하게 아는 아이들에게 그 모습이 금방 들통 났다. 하나 둘 나타난 아이들은 자기들에게도 한 줌씩 달라며 보채다가 이윽고 내 주머니를 목표로 한꺼번에 덤비곤 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60년대에 쌀은 훌륭한 먹을거리였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 먹던, 쌀가루와 연한 쑥만을 버무려 찐 ‘쑥버무리’를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풍요롭지는 않지만 부족함에서 멈출 줄 알았던 그때 삶의 방식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간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절제와 균형이 아닐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이는 이제 어려운 법전에만 있지 않은 일반의 상식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며 누리는 인간의 번영은, 사실은 다른 생물의 몫에서 퍼 온 것이니 마땅히 줄여야 한다. 먹는 걸로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끝없는 만족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은 이미 우리 삶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에 나섰다고 말한다. 이번 멸종은 인간 활동, 즉 인간의 증가를 말한다는 점에서 운석 충돌 등이 이유였던 앞선 다섯 번의 멸종과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시켰으며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그 욕심을 늘렸다. 이런 시스템으로 지구의 심장이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언제나 진리다. 넘치는 건 분명 부족함만 못하다.
먹고 사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먹는 일이 즐겁기보다는 귀찮은 사람도 있다. 우리 주변의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아직도 맛보다 먹는 것 자체에 감사하며 산다. 법정스님은 먹는 것을 두고 먹지 않으면 병들어 쓰러질 테니 그것을 면하기 위해 담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암자의 부엌에 ‘먹이는 간명하게’ 라는 ‘훈(訓)’을 써 붙이고 적어도 먹는 일에만은 번거롭지 말자고 했다. 어쩌다 가짓수가 많은 식탁을 대하면 생각이 흐트러져 오히려 맛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먹이라니…. 스님은 친한 친구들이 간단명료한 ‘먹이’를 보고 건강을 염려하지만, 건강이란 반드시 먹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난 두 분(盆)마저도 집착이라며,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의 스님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말씀일 것이다.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고 가르친 스님의 질책을 우리 모두 책상머리에 써 붙여야 하지 않을까.
부귀를 저축하지 않고 희망을 저축하는 습관이야 말로 인류의 시간을 연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먹고 마시는,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프로그램을 최소한으로 줄였으면 좋겠다.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는 올림픽의 열기와 자식들을 만나는 설 명절을 보내면서도 넘치는 음식 때문인지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어렸을 적 고향 섬 마을에서 아버지가 잠깐 방앗간을 할 때였다. 아버지가 빻아놓은 쌀을 한 주머니씩 훔쳐 먹곤 했는데, 숨을 데라고는 돌담 밑이거나 참호처럼 파인 언덕 아래뿐이어서, 그곳을 익숙하게 아는 아이들에게 그 모습이 금방 들통 났다. 하나 둘 나타난 아이들은 자기들에게도 한 줌씩 달라며 보채다가 이윽고 내 주머니를 목표로 한꺼번에 덤비곤 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60년대에 쌀은 훌륭한 먹을거리였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 먹던, 쌀가루와 연한 쑥만을 버무려 찐 ‘쑥버무리’를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풍요롭지는 않지만 부족함에서 멈출 줄 알았던 그때 삶의 방식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부 학자들은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에 나섰다고 말한다. 이번 멸종은 인간 활동, 즉 인간의 증가를 말한다는 점에서 운석 충돌 등이 이유였던 앞선 다섯 번의 멸종과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시켰으며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그 욕심을 늘렸다. 이런 시스템으로 지구의 심장이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언제나 진리다. 넘치는 건 분명 부족함만 못하다.
먹고 사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먹는 일이 즐겁기보다는 귀찮은 사람도 있다. 우리 주변의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아직도 맛보다 먹는 것 자체에 감사하며 산다. 법정스님은 먹는 것을 두고 먹지 않으면 병들어 쓰러질 테니 그것을 면하기 위해 담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암자의 부엌에 ‘먹이는 간명하게’ 라는 ‘훈(訓)’을 써 붙이고 적어도 먹는 일에만은 번거롭지 말자고 했다. 어쩌다 가짓수가 많은 식탁을 대하면 생각이 흐트러져 오히려 맛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먹이라니…. 스님은 친한 친구들이 간단명료한 ‘먹이’를 보고 건강을 염려하지만, 건강이란 반드시 먹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난 두 분(盆)마저도 집착이라며,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의 스님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말씀일 것이다.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고 가르친 스님의 질책을 우리 모두 책상머리에 써 붙여야 하지 않을까.
부귀를 저축하지 않고 희망을 저축하는 습관이야 말로 인류의 시간을 연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먹고 마시는,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프로그램을 최소한으로 줄였으면 좋겠다.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는 올림픽의 열기와 자식들을 만나는 설 명절을 보내면서도 넘치는 음식 때문인지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