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특징 중 하나가 높은 출생률이고 이에 따른 인구의 폭발적 증가라고 한다. 그러나 개도국 네팔은 예외인 듯싶다. 대부분의 네팔 가정에는 자녀가 둘, 또는 하나뿐인데 이는 높은 교육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얼마 전 산행하다가 만난 네팔 여인은 자녀가 넷인데 둘은 ‘실수(mistake)’라고 얘들 앞에서 서슴없이 말해서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네팔 부모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자녀 교육에 열심이다. 유치원(preschool)은 3살부터 5살까지의 아동 대상인데 카트만두에 있는 수많은 몬테소리(Montessori) 유치원과 교사 양성소는 중상위층의 조기 교육열을 방증한다. 유니폼을 입은 서너 살 어린애들이 체구에 비해 꽤 큰 가방을 메고 엄마 손에 이끌려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모습이 앙증맞게 예쁘고 안쓰럽기도 하다.
사립 학교에서는 비싼 학비를 받는 대신 통학 버스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초등학교부터 영어만 쓰게 하며 엄격한 교육 관리 및 좋은 간식과 식사를 제공한다. 교내에서 네팔어를 썼다고 체벌을 하고 지나치게 영어를 강조하는 까닭에 오히려 네팔어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립 학교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컴퓨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스마트 폰이 일반화되어 있다. 작년에 직장 동료가 한 달 월급이라며 17만 원가량을 가지고 와서 중학생 딸의 스마트 폰을 한국에서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모두 스마트 폰을 가졌는데 자기 딸만 없다고.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은 정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가깝거나 멀거나 걸어 다닌다. 정부 학교는 모든 것이 무료이며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의복도 지급된다. 그러나 교육 환경과 학습의 질이 사립학교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은 시멘트 바닥에 얇고 허름한 카펫을 깔고 낮은 상에 여럿이 둘러앉아서 공부한다. 고학년 반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바닥에 앉고 교사만 의자에 앉아 가르치는 것을 본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접한 적이 없고 사립학교 출신에 비해 영어는 물론 학과 성적이 뒤떨어진다. 중·고등 과정을 겨우 마치거나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없고 이는 악순환,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여가 시간에 숙소 근처의 정부 초등학교에서 매주 한두 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작년 봄부터 노트북 컴퓨터로 한글과 파워포인트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NRF)에서 지원한 프로젝트로 한국에서 구입한 노트북 5대를 이 학교에 기증했다. 요즘은 한국어와 컴퓨터 수업이 있는 수준 있는 초등학교로 소문이 나고 교장 선생님은 신이 나서 수시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10명인데 컴퓨터는 5대 뿐이니 두 사람씩 붙어 앉아서 컴퓨터를 쓰다가 30분이 지나면 자리를 바꾸게 한다. 한글과 영문, 글자 크기, 글자체, 색깔 등의 변환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그림과 도형으로 넘어갔다. 남자 아이들은 소방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여자 아이들은 꽃, 인형 등을 옮겨 붙이며 그림을 키우고 줄이고 복사하고 도형에 색깔을 입히면서 즐거워한다. 남자애들은 수시로 내 눈을 피해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휴일이었다. 나는 그날이 공휴일인지 모르고 학교에 갔는데 내 학생들만 독서실에서 컴퓨터 연습 중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살짝 창문으로 넘겨다보고 사라지는 것이 교장과 학생들이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끝나자 학생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교장실에 옮겨놓고 문단속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열성에 감동받았다.
‘킬마야’는 5학년, 12살 여아인데 소아마비로 절뚝거리는 어린 동생을 학교에 데리고 와서 같은 교실에 두고 공부를 했다. 30분이 지나면 자리를 바꿔 앉으라고 해도 킬마야는 순순히 자리를 내놓지 않는다. 한 줄만 더 쓰면 된다거나 5분만 더 달라고 사정을 하거나 때로는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러면 짝꿍이 포기하고 책을 읽는다. 보다 못한 내가 개입하면 자리만 바꿔 앉고 마우스는 여전히 킬마야가 쥐고 있다. 내가 겉으로는 야단을 치지만 속으로 “이 얘는 근성이 있다. 앞으로 뭔가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은근히 더 애정이 가고 기대된다.
나는 이곳에 대학생들을 가르치러 왔지만 머리 굵은 부잣집 자제들보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인 이 정부 초등학교 학생들, 한겨울에도 맨발에 항상 콧물을 훌쩍거리는 어린 학생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네팔 부모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자녀 교육에 열심이다. 유치원(preschool)은 3살부터 5살까지의 아동 대상인데 카트만두에 있는 수많은 몬테소리(Montessori) 유치원과 교사 양성소는 중상위층의 조기 교육열을 방증한다. 유니폼을 입은 서너 살 어린애들이 체구에 비해 꽤 큰 가방을 메고 엄마 손에 이끌려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모습이 앙증맞게 예쁘고 안쓰럽기도 하다.
사립 학교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컴퓨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스마트 폰이 일반화되어 있다. 작년에 직장 동료가 한 달 월급이라며 17만 원가량을 가지고 와서 중학생 딸의 스마트 폰을 한국에서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모두 스마트 폰을 가졌는데 자기 딸만 없다고.
필자는 여가 시간에 숙소 근처의 정부 초등학교에서 매주 한두 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작년 봄부터 노트북 컴퓨터로 한글과 파워포인트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NRF)에서 지원한 프로젝트로 한국에서 구입한 노트북 5대를 이 학교에 기증했다. 요즘은 한국어와 컴퓨터 수업이 있는 수준 있는 초등학교로 소문이 나고 교장 선생님은 신이 나서 수시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10명인데 컴퓨터는 5대 뿐이니 두 사람씩 붙어 앉아서 컴퓨터를 쓰다가 30분이 지나면 자리를 바꾸게 한다. 한글과 영문, 글자 크기, 글자체, 색깔 등의 변환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그림과 도형으로 넘어갔다. 남자 아이들은 소방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여자 아이들은 꽃, 인형 등을 옮겨 붙이며 그림을 키우고 줄이고 복사하고 도형에 색깔을 입히면서 즐거워한다. 남자애들은 수시로 내 눈을 피해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휴일이었다. 나는 그날이 공휴일인지 모르고 학교에 갔는데 내 학생들만 독서실에서 컴퓨터 연습 중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살짝 창문으로 넘겨다보고 사라지는 것이 교장과 학생들이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끝나자 학생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교장실에 옮겨놓고 문단속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열성에 감동받았다.
‘킬마야’는 5학년, 12살 여아인데 소아마비로 절뚝거리는 어린 동생을 학교에 데리고 와서 같은 교실에 두고 공부를 했다. 30분이 지나면 자리를 바꿔 앉으라고 해도 킬마야는 순순히 자리를 내놓지 않는다. 한 줄만 더 쓰면 된다거나 5분만 더 달라고 사정을 하거나 때로는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러면 짝꿍이 포기하고 책을 읽는다. 보다 못한 내가 개입하면 자리만 바꿔 앉고 마우스는 여전히 킬마야가 쥐고 있다. 내가 겉으로는 야단을 치지만 속으로 “이 얘는 근성이 있다. 앞으로 뭔가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은근히 더 애정이 가고 기대된다.
나는 이곳에 대학생들을 가르치러 왔지만 머리 굵은 부잣집 자제들보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인 이 정부 초등학교 학생들, 한겨울에도 맨발에 항상 콧물을 훌쩍거리는 어린 학생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