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후보자들의 인물 소개와 총평을 더한 프로필(profile)이 관심이다. 그 프로필을 보면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이룩한 학업이나 성취, 종사했던 직업의 발자취를 알 수 있지만, 서양미술에서 프로필은 ‘사람의 정측면을 묘사하는 미술 장르’를 뜻했다.

특히 서양미술에서 프로필은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시기 초상화에서 유행했는데, 인물의 모습을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묘사할 때 그 인물의 핵심적인 특징을 명료하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등 동양미술에서 얼굴의 정면을 평면적으로 그리는 정면상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부학적으로도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측면인상이 더 개성적으로 보이는 점도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르네상스시대의 대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6∼1492)의 작품 ‘바티스타 스포르차’(1472년경 작)는 극단적인 프로필의 구도로 그린 초상화로 유명하다. 옆모습을 극단적으로 클로즈 업 해서인지 그림을 대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인물 앞으로 깊이 다가가게 하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우르비노 공작인 페데리코 2세와 그의 부인인 바티스타 스포르차를 서로 바라보는 형식으로 그린 두 개의 초상화가 한 쌍이다. 작품에서 보여 지는 주인공의 값비싼 목걸이와 말아 올린 머리, 머리와 가슴에 달린 메달 장식은 인물의 양감과 조형성을 강조하면서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여인의 초상화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은 자신의 영화 ‘현기증’(1958년 작)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킴노박의 옆모습을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초상화 구도를 모티브로 연출했다. 미술학교 출신이었던 히치콕 감독이 그림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영화 속 장면을 찾아보느라 최근 몇 주 동안 히치콕의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림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헤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