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구직 포기자는 점점 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실직 근로자도 속출하고 있다. 답답하다. 뾰족한 돌파구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미래 일자리는 기업 조직이 아니라 개인 역량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라미드식 구조의 인력 고용 방식이 줄어들고,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계속되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인구의 감소, 디지털 기술의 발달, 4차 산업혁명은 노동환경을 빠르게 변화시켰고, 전에 없던 고용형태가 등장했다. 계열화를 통해 거대 조직을 구성했던 기업들이 내부에는 핵심 역량만 남긴 채 외부와의 교류와 연계를 강화하는 변화에 따라 고용형태도 점점 바뀌고 있다.

정확한 근무일수나 출퇴근 시간이 있지 않지만, 기업과의 종속적인 계약 관계는 요구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영업자인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와 임금 근로자의 중간 정도 위치다. 분명 지금까지 경험했던 근로의 모습은 아니다.

이처럼 개인의 여가 시간과 재능,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의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즉석으로 연주자를 섭외하고 공연하는 행위를 일컫는 데서 유래했다.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사례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일을 맡아 숙박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Airbnb)나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Uber)가 있다. 모바일과 IT 기술의 발달이 ‘긱 이코노미’를 빠르게 성장시켰고, 미국에서는 ‘긱 이코노미’가 2015년 직업의 16%에서 2020년 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개인이 업무 역량을 갖춘다면 언제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산업 현장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고용 트렌드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위험하다. 긱 이코노미에 유입되는 각각의 개인들이 안정적 직장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의 노동법적 문제는 여느 임금근로자와 다르지 않다. 건강과 안전, 노후에 대한 고민 또한 일반 시민과 동일하다. 지금까지 긱 이코노미 형태는 특히 영화, 방송, 음악, 공연, 예술 분야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2011년 추운 겨울,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고은씨의 마지막 쪽지를 기억한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가난한 현재보다 불안정한 미래는 더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비정기적 근로자 중에는 사회적 약자, 취업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비정기적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정기적 근로자라고 할지라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적 규제를 적용하는 국가 그리스의 사례가 있고,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단체 협약을 할 수 있는 벨기에의 사례도 있다.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대동정신의 도시 브랜드를 가진 광주에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비정기적인 근로자에게도 적절한 근로조건 제공과 산업안전의 확보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는 도시, 비정기적인 근로자에게 사회보험 적용 등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는 도시라면, 더불어 같이 살아볼 만한 참 매력적인 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