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사정을 듣다보면 때로 안쓰럽기도 하고 처벌을 해야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있다.

그 중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어린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 검사실을 방문했을 때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검사실에서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다음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되지만 때로는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매인 아이들을 조사할 때도 있어 마음이 더욱 좋지 않다.

한 아이가 가출을 하였다가 절도로 입건되어 검사실에 왔길래, 왜 가출을 하였느냐고 하니 ‘아빠가 때려서요’라고 하여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런 아이들에게 검사의 훈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상황이 바뀔까? 이들에게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면 따뜻한 격려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쉽지 않다.

국가에서는 보호관찰소, 법무보호복지공단 등 기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다 적절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의 힘만으로 우리 아이들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가는 조직체로서 일정한 예산과 규정, 규칙들에 매여 있어 아이들의 다양한 상황에 수시로 대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결국 소년들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사랑, 적응을 돕기 위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에서는 일반 시민들 중 청소년선도 등 범죄예방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고 타의 모범이 되는 분들을 법사랑위원으로 위촉하여 소년범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사는 일정한 경우 법사랑위원에게 선도받는 것을 조건으로 소년범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한다. 그러면 소년범들에 대한 형사사건은 검찰단계에서 바로 종결이 되고 법사랑위원들은 정기적으로 이들을 만나면서 상담 및 지도활동을 한다.

이 제도는 바로 광주에서 시작되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1978년 전국에서 최초로 소년범에 대하여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실시하였고, 이를 계기로 1981년 법무부 훈령에 의해 전국적으로 법사랑위원(당시 범죄예방위원)연합회가 조직되고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소년선도에서 시작한 법사랑위원들의 활동은 현재는 보호관찰대상자와 형집행을 마치고 출소한 성인들의 자립과 사회복귀를 위해 거처와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광주에서는 현재 760여명의 법사랑위원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검사들도 법사랑위원들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서울과 이곳 광주에서 법사랑 관련 업무를 처리하면서 많은 법사랑위원들을 만나고 그 활동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법사랑위원들은 소년선도에 대한 열정과 법사랑위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 검사인 나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였다.

여전히 검사실에는 거의 매일 어린 청소년들이 방문하여 서약서를 쓰고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 많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하고 희망의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