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가장 예쁘게 만발하는 4월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면서 왠지 마음마저 들뜨게 만드는 그런 날이다. 그리고 올해 4월 13일도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바로 4년에 한 번 국민들을 위한 법안을 책임지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던 날이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대부분 또래 친구들에게는 생애 첫 총선 투표권을 행사하는 날일 것이다. 나 역시 처음으로 유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했다. 이처럼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저 따뜻한 날씨와 꽃향기에 취해 봄을 즐길 생각만 가득한 우리가 너무 쉽게 놓치고 있는 게 ‘투표’이기도 하다.

선거하는 날을 그저 하루 쉴 수 있는 공휴일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청년을 위한 정책이 이뤄지는 것을 기대할 자격이 있을까? 투표 하지 않는 청년들은 당장 자신의 삶이 정치와 큰 상관 관계가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투표를 한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게 무엇이냐고, 저 사람이나 이 사람이나 다 똑같다며 불평만 늘어 놓기도 한다. 치열한 취업 전선에 목숨을 걸고 몰두하며 팍팍한 현실을 원망하고 있지만, 정작 투표라는 권리와 의무를 실행하지 않는 우리에게 비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분명히 우리는 학교에서 배워왔다. 정치 참여는 일부 특정인들이 아닌 모든 국민의 몫이며 가장 기본적인 정치 참여의 방법이 투표라고. 이 투표권은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대 역사에서는 극히 일부 귀족 혹은 시민들만이 가질 수 있었으나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개혁으로 이루어낸 역사적 산물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보통선거가 이뤄졌던 1948년 5월10일 총선거에서는 무려 95.5%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힘들게 주어진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고 이끌어야 할 한국에서 더 진보적인 민주주의를 세워가고 살만한 나라라고 불리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투표는 그에 대한 최소한의 투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한 표는 절대 작은 것이 아니다. 단 하나의 표로 나라의 운명이 뒤바뀐 사례들이 세계 역사에 적잖게 있다. 1875년 프랑스에서는 계속 왕국을 할 것인지 공화국 시대를 열 것인지를 두고 투표가 시행되었다. 한 나라의 국가 형태를 결정하는 중대한 투표였고, 왕당파와 공황파의 국회의원 수는 똑같이 353명이었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일 왕당파 의원이 급성 복통으로 불참하게 되면서 공화국이 세워졌고, 이 공화당의 몰락 또한 1명의 반대표의 역할이 있었다.

이보다 더 이전 1645년 영국에서 독재정권을 잡았던 크롬웰도 1표 차이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초기 역사 또한 1표의 차이로 강력한 후보였던 아론버르를 이기고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을 잡고 행정제도를 구상한 인물로 알려진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이 되었다. 투표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결과도 단정 지을 수 없다. 나 하나 더 하고 안 한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 20대 투표율은 49.4%로, 28.1%(18대)와 41.5%(19대)에 비해 크게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절반이 넘는 청년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더 이상 남이 운영하는 국가에서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노동자에 불과하지 않길 원한다. 선거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선거철이면 20대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이 나라가 청년들의 ‘눈치’라도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