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 근처에 성폭행범 2명이 이사 왔다’는 여성가족부의 알림 통지가 배달되자 마을 엄마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딱 봐도 성폭행범처럼 생겼느니, 사는 곳이 초등학교와 학원에 가까워 걱정이라니 말들이 많다. 신상이 공개되니 불쌍하지만 재범은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해 세월호에 이어 올해는 메르스가 우리의 일상과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국가의 책무를 묻는 부작위 위법 확인을 구하는 소송마저 제기되었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 개인의 위생 문제만이 아닌 국가적 건강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사건이다. 전염병이란 익숙했던 단어가 감염병이라는 용어로 바뀐 지 5년째, 이제야 현실로 다가섰다.

그런데, 한 국회의원은 메르스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감염병 환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니 문제되는 부분은 이렇다.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무단으로 격리 장소를 이탈하거나 이동하는 등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감염병 관리 시설 또는 적당한 시설에 즉시 격리하거나, 격리기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법안 자체에 이런 조치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의 검토내용도 “무단으로 격리장소를 이탈하는 환자 등에 대하여 즉시 시설에 격리시키거나 위치추적장치 등을 부착시키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으나 위치추적장치 부착과 같은 조치는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할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국회의원하면서 가장 많이 욕을 먹었다는 발의자의 말처럼 인권침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사회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단으로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환자가 많다는 현실이 문제의 발단이다. TV 예능처럼 “나만 안 걸리면 돼”는 우스개에서 출발해 “걸리면 같이 죽자”라는 마음이 통용되면 질병의 감염 유무를 떠나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제안된 법률안을 보니 여러 곳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감염병 환자가 사망하거나 사망 후 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하였던 것으로 확인된 경우, 그 시신의 장사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고 그동안 이런 법안조차 없었다면 반성할 부분이다.

불의에 감염된 환자나 병원에 필요시 손실보상을 하되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이들에게는 손실보상을 하지 말자는 제안이나,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사용내역, 블랙박스 정보 등을 확보하자는 제안은 사생활 침해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이 있다.

반면에, 이번 메르스의 국내 유입·확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전문 인력·시설의 부족, 격리조치 위반시 제재수단 부재 등 현행 감염병 관리 체계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을 핑계로 보건 조직과 예산을 늘리거나 필요시 경찰 소방 조직까지 통제하자는 제안은 보건 관료들의 입김이 반영된 느낌이다.

사실 U대회라는 축제를 진행하는 광주의 경우, 하루 2시간이상 음압시설에서 근무하기 힘든 악조건 속에서도 24시간 방역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진두지휘하는 보건행정 책임자가 전문의료인이라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을 벌이지 않고 사심 없이 대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