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결혼가정, 특히 한국인 남성과 중국, 동남아 여성의 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족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으로 이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주 여성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 사회에 적응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다문화가족지원법 제3조). 또한 한국인과 혼인하여 한국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한 이주여성은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국적법 제6조 제2항 제1호).

그러나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타고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피부색과 생김새로 인한 사회적 편견이 적지 않고, 언어의 불통 역시 단시간 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이주 여성들은 언어와 생김새 외에도, 한국사람과는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이질감도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도 이름은 기본적으로 개인을 나타내는 퍼스트 네임과 가문의 이름인 패밀리 네임으로 이루어지지만, 문화적 차이에 따라 퍼스트 네임과 패밀리 네임의 순서가 우리와는 다른 나라가 있고, 성과 이름을 포함하여 3자로 구성되는 우리보다는 글자 수가 많은 것이 보통이다. 특히 동남아 여성들의 이름은 성과 이름의 구별이 모호하고, 부르기에 난해한 발음들이 많아서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정법원에서는 이주 여성들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여 주기 위해서 성과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장흥지원의 관할구역인 장흥군과 강진군의 경우는 도시지역에 비하여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높고, 동남아지역에서 한국인으로 이주하여 온 여성들도 많은 편이다.

장흥지원에서는 관내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주 여성들에 대한 성본창설과 개명절차에 대하여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이주 여성들이 한국식으로 성과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이미 대부분의 이주 여성들이 개명허가를 받아서인지 최근에는 신청 건수가 다소 감소하긴 하였지만, 아직도 매년 수십 건의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장흥지원에 개명신청을 한 이주 여성들의 이름을 보면, 레베카시발리우스토레스, 퀴오요메르리나에이, 라티깜지, 세브지드완칙어융애르댄 등 한국식 이름과는 전혀 다르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성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한자로 된 성(姓)과 본관을 새로 만들게 되는데, 성은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성씨 중 하나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본관은 주로 거주지역을 본관으로 정하게 된다. 다만, 전통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성과 본관(가령 김해 김씨, 전주 이씨, 장흥지역의 경우는 장흥 위 씨 등)은 혼동의 우려가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이름의 경우에는 한국식 이름과 동일하게 한자어 2자로 작명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순우리말로 작명을 할 수도 있고, 글자수도 5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성과 이름을 변경하는 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이나 가정법원의 지원에 방문하여 신청서만 작성하면 되므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법원에 방문하여 신청서를 작성하기 어려울 때는 가까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찾아가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변인들이 부르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주여성들이 있다면 한국식 이름으로 바꿔볼 것을 권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하여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