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실바람 싣고 찾아온 봄비가 강가의 늙은 나무들을 깨우고, 꽃망울이 앞 다투어 깨어나는 그 봄이 찾아왔다. 지난 시린 겨울은 잊고, 봄을 향해 봄 마중을 나서보자.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 제일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산수유 꽃은 봄이자 희망이다. 지리산 자락을 노랗게 물들이며 희망처럼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를 보고자 구례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산수유 주산지이며, 봄이 되면 노란 산수유꽃이 맑은 계곡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며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산수유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올 때 처음 가져다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 산수유 시목(始木)이라 여겨지는 산수유나무가 구례군 산동면에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 관광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구례 산수유꽃 축제’는는 산수유의 꽃말인 ‘영원한 사랑’을 테마로 올해는 작년보다 1주일가량 늦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풍년제를 포함한 다양한 체험행사를 곁들여 열렸다.

산수유는 개화후 약 1개월 정도 피어있기 때문에 4월 초순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 산수유마을 돌담길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흐드러진 봄기운을 만끽하며 섬진강 물길 따르다 보면 그윽한 매화향 가득 순백으로 물든 광양 매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매화는 예부터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고결함을 간직하며 시인과 묵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매화의 매력은 고운 자태 못지않게 향기에 있다. 매화는 깃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마음을 가다듬어야 비로소 향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매화의 향기를 코로 맡지 않고 ‘귀로 듣는 향기’라고 말한다.

청매실 농원을 비롯한 섬진강변 일대와 광양시 일원에 매화가 만발하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 23일부터 31일까지 ‘매화, 꽃으로 향기로 삶을 힐링하세요’를 주제로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광양 국제 매화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또한 관광객들을 위해 하동 만지마을에서 섬진마을 축제장까지 섬진강을 건너는 부교도 설치됐다.

흰 꽃망울 사이로 섬진강이 멋진 풍경을 그려내는 광양을 찾아 매화향 가득한 봄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고 마음에 담아보자.

시원한 파도소리와 달콤한 튤립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천사의 섬. 토양이 비옥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전남 신안군 임자면은 전국 최대 규모의 튤립 공원 면적을 자랑하며 총 10ha의 면적에 튤립광장과 튤립원, 구근원, 자연생활관, 튤립 증식포, 수변정원, 꽃 유채원, 동물농장, 송림원 등이 조성됐다.

또한 네덜란드를 연상시키는 빨간 풍차와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전망대, 인근에 위치한 대광 해수욕장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2008년 첫 선을 보인 ‘신안 튤립축제’는 오는 4월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간 임자도 대광해변 튤립공원에서 ‘바다와 모래 그리고 튤립 300만송이 대향연’이라는 부제로 개최되며 풍차 전망대와 튤립 파라솔, 대형 전망대, 유리 조형물 등 각종 조형물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 및 체험 행사로 꾸며질 예정이다. 봄꽃 따라 화려하게 만개하는 튤립축제를 즐겨보자.

봄의 길목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찰나. 봄볕 아래 노랗게 물결치는 유채밭을 바라보면 행복은 두 배가 된다.

지난해보다는 보름가량 빠른 5월 초에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채꽃을 보려면 나주시 영산포에 조성된 유채밭을 찾아보자.

영산강 물길 따라 둔치를 노랗게 물들이며 줄지어 핀 유채꽃이 완연한 봄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매년 4월 중순께 열렸던 봄 대표축제인 ‘영산강 홍어축제’는 유채꽃 개화시기에 맞춰 다소 늦은 5월 3일부터 3일간 열릴 예정이다.

/글·사진=시민기자 박수정((주)마로스튜디오)